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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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남성, 잘생기지 않아도 '감각' 있으면 여성에게 호감 얻는다

남녀가 처음 만나 호감을 느끼는 데에는 외모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지만, 남성의 경우 외모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감각 있는 언어적 표현과 센스 그리고 창의적인 면이 있다면 외모에서 오는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AFP통신 등 외신은 매력적인 여성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감성적인 말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여성들은 이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여성이 흥미를 느끼거나 공감해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랐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버테이대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왓킨스 교수와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 그룹에는 남녀의 사진 수십 장을 보여주며 외모만으로 호감을 평가하게 했고, 나머지 그룹에는 같은 사진을 건네며 상대의 이미지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를 함께 제공했다.

제공된 단서는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연인’을 감상하고 느낀 100자 이내의 글이었으며, 글에는 감성적인 부분과 느낌, 고찰 등의 개념적인 내용이 담겼다.

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의 사용법을 전달했는데, 사용법이 적힌 글 절반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내용이 담겼다. 예를 들면 물건 사용 시 도움 주는 아이디어나 조언, 독특한 사용법 등이었다.

실험 결과 여성들은 남성이 잘생기지 않았더라도 감각적인 면에 이끌려 호감을 나타냈으며, 여성 실험참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감각적인 남성을 ‘미남’, ‘보통’, ‘추남’ 으로 나눴을 때 평범한 외모(보통)로 평가받은 남성들은 잘생겼다(미남)고 평가받은 남성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호감·인기를 나타냈다.

연구를 이끈 왓킨스 박사는 “남성들은 미남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개성과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면을 이성에게 어필함으로써 미남인 남성들이 받는 호감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개인차는 있지만 여성들은 이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상대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여성의 경우 감각적이거나 창의적인 모습이 외모의 벽을 뛰어넘진 못했으며, 매력적이지 못한 여성에게는 되레 마이너스로 작용해 여성이 지닌 본래의 매력보다 저평가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남성과 상반되는 결과를 두고 왓킨스 교수는 ‘진화 생물학’을 이유로 들었다.
교수는 “진화가 거듭되어 현재에 이르렀지만 사람들은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남성들은 본능적으로 건강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여성을 찾는데, 이러한 여성들이 ‘강한 후손(자식)을 낳는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성들이 젊고, 관능적이며 몸매가 좋은 여성을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으로, 특히 남성들은 젊고, 가슴 큰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아이에게 더 많은 우유를 공급할 수 있고 이에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본능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양국 왕립학회 ‘오픈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