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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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남한이 북한의 자살률 두배에 육박?

전문가들 “자료 신빙성 떨어져”
북한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15.8명으로 한국의 자살률의 절반에 그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가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일 WHO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세계보건통계’ 자료를 인용해 북한의 자살률(2015년 기준)이 인구 10만 명당 15.8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같은 통계에서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8.4명을 기록했다. 한국의 자살률이 북한의 두 배에 육박한 것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조사 대상 국가 중 스리랑카(10만 명당 35.3명), 리투아니아(32.7명), 가이아나(29명)의 뒤를 이어 4위에 해당한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에서는 10년이 넘게 자살률 1위 국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 국가의 오명을 벗는 길은 OECD 탈퇴 밖에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가적 재난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자살 예방 정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북한에서 자살하는 사람의 수는 10만 명 당 38.5 명으로 집계됐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절반 이하로 자살률이 감소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북한보다 높은 한국의 자살률을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의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은 자살이 국가에 대한 ‘반역’, ‘배신’으로 여겨지는 북한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한 군인 출신 전문가는 “북한에서 자살을 하면 가족의 신분이 최하위 층으로 추락하기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자살률이 이처럼 급속도로 떨어진 것과 한국의 자살률의 절반에 그치는 것은 수치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WHO가 발표하고 있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정보 통제가 가능한 국가이므로 자살과 관련한 수치를 (WHO에) 정직하게 보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가족이 자살하면 신변의 위협 때문에 자살이 아닌 것처럼 보고할 가능성도 있어 북한 내에 자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