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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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경호 "왜 침묵해야 하나… 잘못된 세상 향해 당당히 샤우팅"

싱글 앨범 ‘시간의 숲’ 발표한 김경호 / 사랑하는 이들 보낸 아픔 그린 ‘시간의 숲’ / 사회문제 느낀 바 담은 ‘돈트 비 콰이어트!’ / 곡 통해 하고싶은 말 직설적으로 표현 / “막혀있던 둑이 터지듯 순식간에 써”
“2년 안에 신곡을 발표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4년이 흘렀어요. 대여섯 곡을 담으려 했지만 발매가 늦어질 것 같아서 싱글 형식으로 하게 됐어요. ‘시간의 숲’은 전형적인 록발라드 곡이에요. ‘돈트 비 콰이어트!’는 전통 헤비메탈이고요. 특히 팬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중독성이 강한 후렴구가 특징이죠.”

한국을 대표하는 ‘로커’ 김경호가 4년 만에 새 싱글 앨범 ‘시간의 숲’으로 가요계에 돌아왔다. 그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그 과정에서 느낀 바를 곡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남정탁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로커’ 김경호를 최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15일 새 싱글 앨범 ‘시간의 숲’을 발표했다. 2013년 발표한 10집 ‘공존 파트1’ 앨범의 후속편이자, ‘공존 파트2’의 첫 번째 싱글 앨범이다. 타이틀 ‘시간의 숲’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의 닫혀버린 시간을 섬세한 멜로디로 표현한 곡이다. ‘돈트 비 콰이어트!’(Don’t be Quiet!)는 강렬한 사운드와 샤우팅이 어우러져 김경호만의 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다.

“‘시간의 숲’ 가사는 소속사 대표께서 써줬어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만났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어요.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아픔을 치유해가는 내용의 영화인데, 가사를 받고 불러보니까 ‘세월호 희생자들’이 생각났어요. ‘돈트 비 콰이어트!’는 작사·작곡 모두 제가 맡았어요. 제목처럼 ‘침묵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그 과정에서 느낀 바를 곡으로 표현했죠.”

김경호는 사회 문제를 곡을 통해 지적한 바 있지만 이번처럼 직설적이지는 않았다. 특히 이러한 곡을 타이틀로 발표한 적도 없었다.

“마음만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나가는 사람들과 같았어요. 하지만 앞으로 나서서 행동할 수는 없었어요. ‘가수’이기 때문에 팬들을 생각해야 했죠. 중립을 지켜야 했어요. 전인권, 이은미 선배처럼 저도 무대에 서달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그럴 수 없었어요.”

그런 그가 지난해 말 공연을 하면서 겪게 된 사건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해 말 민속국악단과 협연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공연에 앞서 음악인으로서 위로를 전하고,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문제없이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한 관객이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노래나 불러’라고 했어요. ‘가수’라는 이유 때문에 소신도 말하지 못하고 모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너무 어리석고 작아 보였죠. 그러던 중 한 정치인이 ‘잘못을 알고도 침묵하고 방관하는 것 또한 죄일 수 있다’고 했어요. 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죠. 가슴이 끓어올랐어요. 그 감정을 노래로 표현했어요.”

김경호가 이번 앨범 완성에 걸린 시간은 단 3개월이다. 막혀 있던 둑이 뚫리듯 곡이 순식간에 써졌다. 올해 가을 또 한 번의 싱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기존에 발표한 곡들을 모아 미니앨범으로 다시 발매할 계획이다.

“‘불후의 명곡’과 ‘너의 목소리가 보여4’에 출연할 예정이에요. 공식 컴백 무대는 ‘열린음악회’에서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콘서트는 7월 29일 부산 KBS홀에서 준비 중이에요. 또한 다음달 18일에는 게릴라 콘서트 형식으로 ‘김경호 SUDDEN CONCERT - 덕후광장’이 서울 신한카드 FAN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열려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표절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표절은 도용이고 도둑질이에요. 나도 모르게 비슷한 멜로디를 쓸 때가 있어요. 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멜로디는 4마디 이상 진행하면 안 돼요. 8마디, 16마디 이상 패턴이 똑같은 것은 표절이라고 봐야 해요. 예전에는 표절에 대해 가수 스스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표절한 것이 걸리면 ‘벌금을 내면 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 생각을 가지고 벌금을 내고 계속 활동한 분들도 많고요. 뮤지션으로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삼가야 해요.”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