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새 정부와 군의 허니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파경의 원인은 지난 정권 내내 골머리를 앓았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였다.
국방부가 주한미군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에 대해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데 따른 파장은 예상외로 컸다. 청와대는 30일 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 이후 곧바로 군인들을 불러 조사에 착수했고, 31일 보고 누락의 경위를 일사천리로 발표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청와대가 부처 간 갈등 내지 잡음 소지가 있는 문제를 가지고 대놓고 떠벌리며 전쟁을 벌이는 데 의문을 표시한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4대 강 정책 감사처럼 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기 위한 명분쌓기가 아니냐는 주장에서부터 사드 배치를 강행한 국방부 군기를 다잡고 사드 배치 재논의를 염두에 둔 포석 같다는 말들이 비등하다. 군 내부에선 문제가 있다면 책임자 조사를 통해 조용히 해결하면 될 일을 마치 군인들이 적폐인 양 몰아세우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이유에 어찌 됐든 이번 싸움에서 군은 질 수밖에 없다. 싸움의 원인 제공자가 군이기 때문이다.
2014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발언으로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지난 정권은 1년 반 동안 “미국 정부로부터 사드 배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이른바 ‘3No’ 입장을 고수하며 공론화를 피해갔다.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었다. 그러다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급반전을 이루며 배치 강행 쪽으로 선회했다. 정책의 결정과 집행이 허술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사업 추진을 놓고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시 한 국방장관은 여론의 반대와 불만에 “단순 포대 배치”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미국의 사드 한반도 배치 전략의 속내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적절한 타이밍도 놓쳤다. 이후 협상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때마다 불거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잠재우는 촉매 역할을 했다.
이후 지난 3월6일 사드 체계의 핵심 구성품인 발사대 2기가 전격 반입되고, 지난달 26일에는 군사작전 하듯 추가 발사대 4기가 성주골프장 인근 미군기지로 몰래 이동 배치됐다. 군사보안을 이유로 투명성은 내팽개쳐졌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한·미 간 사드 배치 합의 결정 때부터 군에 관성화돼 있었던 일이다.
군 당국은 새 정부에서도 사드 문제를 되도록 절제된 대응 기조인 로키(low key)로 처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과 관련된 사안인 데다 문 대통령이 대선 전 국회 비준 등 절차적 당위성을 강조해 사드 배치 국면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린 탓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성은 새 정부에는 통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고 누락 사건은 군에게는 자업자득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