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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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의 발악, 모술 대표 유적 ‘大모스크’ 폭파

12세기 축조… 이라크 내 본거지 / 포위망 좁혀오자 최후의 발악 / 명물 ‘기울어진 첨탑’도 함께 파괴 / IS “미군이 공습”… 美 “아니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이라크 모술의 대표적 종교시설 알누리 대(大)모스크가 폐허로 변했다.

AP통신,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21일(현지시간) 밤 알누리 대모스크를 폭파했다. 알누리 대모스크는 2014년 6월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을 맞아 자칭 ‘칼리파 제국’(이슬람 초기 시대의 신정일치 체제) 수립을 선포한 상징적인 곳이다. 알누리 대모스크를 중심으로 저항하던 IS는 이라크군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대모스크를 폭파했다.

IS의 최후 거점 중 하나인 모술 탈환 작전에 나서고 있는 이라크군 사령관은 21일 BBC방송에 출연해 이라크 군이 알누리 대모스크에서 15m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군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항공촬영 사진에서 모술의 대표적 종교시설인 알누리 대모스크가 ‘이슬람국가’(IS)에 의해 파괴돼 폐허로 변해 있다. 오른쪽 사진은 2003년 촬영된 대모스크 내 높이 45m의 기울어진 첨탑 모습.
모술=AFP연합뉴스
알누리 대모스크는 12세기 후반 터키계 이슬람 국가인 장기 왕조의 누르 앗딘 장기가 모술을 점령한 후 건설을 시작한 유서 깊은 종교시설로 여러 차례 개축과 보수를 거쳤다. 대모스크의 명물이자 모술의 대표적 유적인 높이 45m의 기울어진 미나렛(첨탑)도 함께 파괴됐다. 알누리 대모스크와 첨탑은 이라크 화폐에 인쇄될 만큼 모술뿐 아니라 이라크의 대표적인 유적이다.


문화·예술 및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IS의 문명파괴 만행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IS는 2014년 6월 모술을 장악한 뒤 세계적 기독교 유적인 ‘요나의 무덤’을 파헤치고 교회를 폭파시켜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2015년 2월에는 모술박물관에 난입해 수천년 된 고대 석상과 조각들을 파괴하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자랑스럽게 유포했다. 같은 해 7월에는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사막의 진주’ 바알샤민 신전을 폭파했고 그해 8월에는 팔미라의 신전도 파괴했다. IS는 그동안 자신들이 우상숭배 및 이단행위라고 비판하는 다른 종교의 유물과 유적을 파괴했는데 이번에는 스스로 이슬람 사원을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IS는 선전매체인 아마크통신을 통해 “미군 폭격기의 공습으로 모스크가 파괴됐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은 즉각 “그 지역은 우리의 공격 장소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