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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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내 3대 입양기관, 건당 수천만원씩 받고 국제입양 주선

유엔 아동권리협약 불구 이득 취해/ 건당 1600만∼2300여만원 받아/ 생계급여 명목 정부 지원도 받아/ 중복지원 등 제도 개선 시급 지적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달리 국내 입양기관들이 정부를 배제한 채 국제입양을 진행하면서 건당 수천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입양기관은 또 입양 예정 아동이 시설 등에 머물 경우 정부로부터 1인당 수십만원의 생계급여 등을 지원받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국외입양 수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3대 입양기관은 해외로부터 입양 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1600만∼2300여만원을 받는다. 기관별로는 △대한사회복지회 2만40달러(약 2300만원) △동방사회복지회 1만9500달러(약 2200만원) △홀트아동복지회 1만4500달러(약 1600만원)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입양기관인 홀트 인터내셔널의 홈페이지를 보면 한국 출신 아동의 입양 수수료가 3만8785∼5만3980달러로 책정돼 있다. 이 금액은 양부모로부터 받는 것으로, 이 중 일부가 입양아동을 제공하는 국내 입양기관에 주어지는 것이다.

스웨덴 정부가 2014년 한국을 방문한 뒤 작성한 ‘한국의 입양 법제와 관행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전체 비용 2852만원 중 한국의 입양기관에 1853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돼 있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경은 서울대 법학대학원 연구원은 “미국과 스웨덴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이는 일부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제입양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율 중 사적 입양기관의 재정적 이익에 대한 규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입양기관들은 “입양아의 양육비와 각종 행정처리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로 책정한 것”이라며 “수수료만으로는 손해 볼 정도”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복지회’ 등 사회복지시설을 표방하며 ‘아동을 위한 입양’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입양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홀트 인터내셔널이 법무법인이나 부동산중개업처럼 전문 용역(입양)의 대가를 수수료(Fees)로 명시했다는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입양기관이 양부모와 정부 양쪽에서 같은 항목에 대해 중복으로 대가를 취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입양기관들은 입양아를 양육하고 입양을 준비하는 등의 이유로 해외 입양기관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남 의원은 “입양을 앞둔 아동이 시설이나 위탁가정에 머물 경우 생계급여와 양육수당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1인당 월 60만∼80만원을 받는다”며 “해외의 양부모와 국내 정부로부터 이중으로 돈을 받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1991년 가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UN CRC)은 ‘국제입양 과정에서 어떠한 형태, 목적을 막론하고 금전적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유럽아동입양협약(1967년)과 유엔 아동보호선언(1986년), 헤이그국제입양협약(1993년) 등에도 반영돼 있다. 여기에는 친부모가 아동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득을 취하는 것도 포함된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의 6·25전쟁 등으로 대규모의 전쟁고아가 발생한 뒤 국경을 초월해 행해지는 수십만건의 국제입양과 관련해 아동 납치·매매 등 범죄와의 연관성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다. 최근에도 중국이나 과테말라 등 내전이나 대규모 재난을 겪은 극빈국·개발도상국에서 변호사와 공무원이 연루된 대규모 불법 입양 사건이 연이어 적발되고 있다.

남 의원은 “헤이그협약은 원가정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해외입양은 최후의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미혼모 지원 등 입양아동의 원가정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은 물론 헤이그협약 비준을 위한 이행 법률 제정 및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