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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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에 대응하자" … 지구촌, 재생에너지 바람 거세다

각국 앞다퉈 본격 개발 박차/OECD국 에너지 수요 중 2016년 8.2%/2040년 두배 늘고 발전용량 60% 차지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2017 세계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2017) 보고서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앞두고 그간 경제적 비용 문제로 지지부진했던 재생에너지가 약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태양광에 ‘올인’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脫)원전’을 선언하면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개발 경쟁에 나선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국가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 이후 재생에너지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는 미국 등 지구촌의 재생에너지 개발 경쟁을 살펴봤다.

◆‘석탄시대’ 가고, ‘전력시대’ 온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40년에 2016년 대비 3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2040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할 전망이다. 에너지 소비 증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전력이 약 40%로 가장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지난 25년간 석유가 차지했던 증가치와 유사하다. 사실상 석유가 이끌었던 에너지 시장을 전력이 이끌게 된다는 설명이다.

소득수준 증가에 따라 수백만 가구가 다양한 가전제품을 추가로 사용하게 되는 것도 전력시대를 앞당긴 요인이다. 2040년 중국의 냉방 전력 수요가 지난해 일본의 전체 전력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을 정도다.

전력시대의 주인공은 차츰 재생에너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에너지 수요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8.2%에서 2040년 17%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낮아짐에 따라 2022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생산의 30%를 담당하고, 2040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세계 발전설비 용량의 6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양광’ 올인 중국·인도… ‘수소에너지’ 개발 일본

중국은 203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석유 소비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은 2016년 세계 1위 재생에너지 투자국이 됐는데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의 40%나 차지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맞아 3대 키워드 중 하나로 ‘아름다운 중국’을 선정하고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맑은 공기’를 위해 재생에너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겠다는 얘기다.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부문 투자 규모는 우리나라 올해 예산과 맞먹는 2조5000억위안(약 412조원)이다.

중국은 특히 태양광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에너지의 신규 발전설비 용량은 85GW인데, 43GW를 중국이 차지했다.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의 65% 이상을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가 작지만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한 이후 재생에너지 수요가 연평균 13%씩 늘고 있다. 2022년 재생가능 발전설비 용량은 현재의 두 배가 넘을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제3차 국가전력계획(2017∼2022년)에 따라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을 175GW로 증설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 중 태양광발전 용량이 100GW, 풍력이 60GW 등이다.

인도 역시 태양광 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2월 에너지 공기업인 ‘인도 태양에너지 공사’(SECI)를 통해 2020년까지 4만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만 810억루피(약 1조3600억원)가 투자된다.

일본은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소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열린 에너지 관련 각료회의에서 2030년부터 수소를 연료로 하는 상업 발전을 골자로 하는 ‘수소기본전략’을 채택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과 에너지 자급률 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수소연료 전지차 80만대와 버스 1200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900여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일본은 수소에너지 개발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현재 전체 전력의 15% 정도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2∼24%로 확대할 방침이다.

◆‘탈원전’ 정책 견지하는 재생에너지 모범생 독일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 원전에서 완전히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가 ‘2025년까지 원전 50%를 감축하겠다’는 전 정부의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과 달리 독일은 33년간 가동한 바이에른주의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며 탈원전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단이 됐다. 당시 독일은 2022년까지 17기의 원전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독일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40%, 2040년 60%, 2050년 8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전력 생산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1.6%로 전년보다 1.4%포인트 낮아졌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년보다 4%포인트 상승한 33.1%를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독일은 모범생 격이다. 재생에너지의 핵심기술인 에너지저장장치를 갖춘 태양광 패널 개발과 보급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태양광 전력망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또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는 주민에겐 약 3000만유로(약 38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역도 있다. 독일은 풍력발전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 풍력발전 터빈 제조사 15개 중 4개 업체가 독일에 있고, 관련 종사자 수도 15만명에 달할 정도다. 

◆‘풍력발전’에 손잡은 유럽… 재생에너지 혜택 줄인 미국

해상풍력 발전 분야를 이끌고 있는 영국은 최근 네덜란드 전력공급망 업체인 ‘테넷’(TenneT)과 손잡고 북해에 풍력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인공섬 건설에 착수했다. 이 인공섬은 영국 요크셔 해안 동쪽으로 약 125㎞ 떨어진 도거뱅크(Dogger Bank)에 들어선다. 도거뱅크는 6㎢ 크기의 모래섬으로 해수면이 낮고 바람이 강해 풍력발전소 건설에 유리한 지형이다. 북해 풍력 허브로 불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약 13억유로를 투입해 2027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풍력에너지 생성을 위한 터빈 7000여개가 1㎞ 간격으로 섬 주변을 둘러싸게 되고, 물자와 인력 이동을 위한 활주로와 도로, 항구 등이 마련된다. 테넷은 “이 섬은 전통적인 풍력발전소나 원전보다도 저렴해 수십억유로에 달하는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이 완료되면 한반도 인구보다 많은 80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먼저 장거리 케이블을 통해 영국과 네덜란드에 전력을 공급하고, 향후 독일과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등 인근 유럽 국가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은 해상풍력 발전 산업을 향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기회가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재생에너지 시장을 보유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앞서 미국은 30여개 주에서 의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도록 하는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하고 친재생에너지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탄소 배출 감축을 의무화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부터 재생에너지 관련 세제 혜택과 지원금이 대폭 줄어 향후 청정에너지 발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