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인 15일 밤 8시쯤 경기 수원의 한 대형마트 식품매장 계산대 앞에는 각종 상품을 가득 담은 카트 3개가 눈에 띄었다.
이 중 2개는 고객이 모두 들고 갈 수 없을 정도로 상품들로 가득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궁금해서 잠시 지켜보고 있는데, 카트 주인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얌체 쇼핑족’이다.
‘얌체 쇼핑족’은 대형마트 내에서 시식을 즐기고, 진열된 상품을 카트에 마구 담는 습성이 있다.
카트를 끌고 매장을 도는 동안에는 카트에 담겨진 과일이나 음료 등을 맘껏 꺼내 먹기도 한다.
실제로 카트 안에는 바나나 껍질과 마시고 남은 우윳병이 눈에 띄였다.
문제는 ‘얌체 쇼핑족’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육, 채소, 과일 등의 신선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상 모두 폐기 처분 대상이다.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품 특성에 맞는 냉장·냉동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카트 안에 담긴 생선과 과일은 부피가 큰 다른 상품에 짓눌려 있었다.
지난 15일 밤 8시쯤 수원의 한 대형마트 식품매장 계산대 앞에는 고객이 놓고간 카트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
이 ‘얌체 쇼핑족’은 처음부터 딸기를 살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들이 ‘얌체 쇼핑족’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16일 “얌체쇼핑족의 행방을 추적해보면 매장에 1시간 이상 머물면서 각종 시식과 시음을 즐긴 뒤 해당 상품을 카트에 담는 특징이 있다”며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김밥이나, 과일, 음료, 빵 등은 매장에 머무르는 동안 카트에서 꺼내 먹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얌체 쇼핑족은 자신이 끌고 다니던 카트를 매장 한 구석에 슬그머니 놓아두고 몸만 유유히 빠져 나간다”고 덧붙였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얌체 쇼핑족들이 끌고 다니던 카트에 있던 신선식품은 모두 폐기처분한다”며 “블랙컨슈머 보다 더 질이 안좋은 얌체쇼핑족을 재제할 근거가 없어 손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