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S스토리] 폭염에 바다도 ‘펄펄’…‘魚지도’까지 바꿨다

맹독 해파리에 백상아리 출몰… 魚 뜨거워! / 한반도 해역 표층수온 50년간 1.12도↑ / 명태 자취 감추는 등 한류성 어종 감소 / 최근 제주 연안선 아열대 어류도 잡혀 / 개체수 급증한 해파리 해수욕객들 위협 / 쏘임 사고 8월 집중… 작년 36% 달해 / ‘식인상어’ 백상아리도 연이어 나타나 / 한반도 해역 상어 10년새 7종이나 늘어
기록적 폭염에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다. 지난 1일 강원 홍천은 낮 최고기온이 41도까지 치솟고 서울도 39.6도까지 올랐다. 국내 기상 관측 114년 만의 최고치다. 열사병 등으로 사망한 사람만 29명에 이른다.

뜨거운 것은 바다도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날 오후 3시 경북 포항~울산, 부산~경남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로써 동해와 남해 연안 전체에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졌다. 현재 이 해역의 표층 수온은 28도 내외로 평년보다 최고 7도가량 높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은 물론 수온도 지난 50년간 꾸준히 상승해 왔다. 이 같은 고수온 현상은 한반도 해역의 생태계까지 바꾸고 있다. 특히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유해 해양생물’이 늘어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을 즐기려는 피서객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고수온 현상 한반도 주요 어종 확 바꿔

3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 해역의 표층수온은 1968년부터 50년간 1.12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해역의 표층수온이 평균 0.62도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2.2배 높게 오른 수치다.

특히 동해와 남해는 각각 평균 1.7도, 1.4도씩 높아져 0.3도가 오른 서해에 비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1990년 이후 고등어, 멸치 등 난류성 어종이 증가하고 명태, 꽁치 등 한류성 어종은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는 아열대 어종의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명태는 1980년대까지 한국의 대표 어종이었다. 보관 및 가공 방법에 따라 동태, 생태, 황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점만 봐도 명태가 얼마나 오랫동안 한민족의 식탁에 오른 먹거리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1990년 이전 연간 어획량 1만t이던 명태는 2000년 들어 자취를 감춘다. 명태가 한류성 어종인 탓에 대부분 수온이 낮은 해역인 북태평양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1970년 한 해에만 2만5000t 이상 잡힌 꽁치도 2000년대 이후로는 어획량이 급감해 지난해 겨우 757t만 잡혔다. 이들의 최적 서식 수온은 2~18도다.

반면 난류성 어종은 늘었다. 서식 수온이 18~23도인 멸치는 1970년 5000t쯤 잡히던 것이 2000년대 들어 2만t 이상 잡히는 등 30년 새 어획량이 4배가량 늘었다. 멸치를 먹이로 하는 고등어류나 방어 등의 전갱이류도 따라 증가했다. 고등어류는 1970년대 4000t쯤 잡히다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만5000t 이상 잡히는 추세다. 전갱이류도 1970년에는 어획량이 거의 없을 만큼 우리 해역에서 생소했지만 2015년 어획량은 4만5000t에 육박했다.

최근에는 아열대 어종도 출몰하고 있다. 요즘 제주도 연안은 청줄돔, 가시복, 아홉동가리 등 필리핀과 대만 연안에서 서식하는 어류들이 어민의 그물에 걸려 올라온다. 지난해 이 연안에 출현한 어종 중 아열대성 어종 비율은 42%에 달했다. 심지어 제주 바다는 아열대성 산호인 그물코돌산호가 아예 ‘정착’하고 있다. 수심 5~25m에 분포하는 그물코돌산호는 2014년 평균직경 6.6㎝이던 것이 지난해 17.9㎝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고수온 현상에 따라 한반도 해역 생태계가 탈바꿈하는 것이다.

◆유해 해양생물도 늘어…해수욕객 주의 필요

고수온 현상 탓에 한반도 해역의 유해 해양생물도 해마다 종류가 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17종의 유해 해양생물을 법으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유해 해양생물은 2007년 처음 해양생태계법에 등재된 후 줄곧 13종이었다가 최근 2년 새 4종이 늘었다. 2016년 갯줄풀과 영국갯끈풀이 추가됐고 2017년에는 작은상자해파리와 커튼원양해파리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작은상자해파리와 커튼원양해파리는 각각 아열대성, 온대성 해파리로 4년 전부터 출현 빈도가 급증했다.

가장 큰 골칫덩이는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해파리다. 전남 득량만 및 고흥군 남부 해역은 지난달 27일부터 보름달물해파리 주의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 해역은 15~20㎝ 크기의 보름달물해파리가 100㎡당 11마리가 출현하고 있다. 고수온 현상으로 왕성하게 번식한 해파리는 막대한 양의 플랑크톤과 치어를 잡아먹고 그물과 어구를 망가뜨려 어민들의 어로활동에 피해를 입힌다.

해수욕장에서 일어나는 물놀이객 해파리 쏘임 사고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북 영덕군 고래불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잇따라 해파리에 쏘였다. 지난달 23일에도 같은 영덕군 해저리해수욕장에서 어린이 1명이 해파리에 쏘여 응급조치를 받았다. 해파리 쏘임 사고는 본격적 피서철인 8월에 자주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파리 쏘임 사고로 진료를 받은 환자 536명 중 196명이 8월에 발생한 환자였다. 2016년에는 1317명의 환자 중 776명이 8월에 병원을 찾았다.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한창훈 연구사는 “고수온 현상에 따라 해파리가 강원, 경북 등 동해 및 동남해안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는 노무라입깃해파리와 유령해파리가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사고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차단막 설치”라며 “2016년 한시적으로 중앙정부에서 차단막 설치 비용을 지원했으나 그 이후에는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19년 차단막 설치 관련 예산 반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죠스’ 출몰, 한반도 해역도 남의 일 아냐

식인상어로 유명한 백상아리도 한반도 해역에 연이어 출몰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경북 경주 해상에서 25㎏ 백상아리 1마리가 어민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지난 4월 27일에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몸길이 4m, 무게 300㎏급 대형 백상아리가 잡혔다. 백상아리는 바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치악력이 1.5~3t에 달해 사람이 물리면 치명상을 입는다. 이 백상아리가 태평양 등 아열대성 해역에 분포하다 수온이 상승하자 한반도 해역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 해역에 발견되는 상어는 최근 10년 새 7종이 늘어 총 44종이다. 이 중 9종이 사람이나 선박을 공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종이다. 백상아리는 물론 청상아리, 뱀상어, 흉상어 등이 포함된다. 상어가 사람을 공격한 사고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98건이 발생했다. 2016년 해수욕장 이용객 1억명을 돌파한 한국도 상어와 해수욕객이 접촉할 확률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2014년 시행된 해수욕장 관리법 제13조 제3항은 ‘상어가 출현했거나 출현 우려가 있을 때 해수욕장의 이용을 제한한다’고 돼 있다. 포항, 울진 등 몇몇 지자체도 상어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상어가 싫어하는 전파를 내는 상어 퇴치기를 구입해 운용하는 중이다. 하지만 상어 보호 철망을 설치한 해수욕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해수욕객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상어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보고된 상어 물림 사고는 1959년 이래 총 6건에 지나지 않고 해수욕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단 1건뿐이어서다. 상어 전문가인 군산대 최윤 교수(해양생물공학)는 “물놀이 인구 증가로 상대적으로 상어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져 사고에 대비는 해야 한다”면서도 “한국의 상어 물림 희생자는 주로 해녀나 잠수부여서 일반 해수욕객은 아직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