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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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사랑이 이뤄지는 마법의 와인 베르멘티노

이탈리의 ‘작은 보석’ 리구리아 친퀘테레 5개 마을
연인들의 길에서 베르멘티노 마시며 사랑의 서약
가족위해 가장 좋은 포도로 빚던 황금 와인 오로디제
에머랄드빛 지중해를 한껏 품어 여름 화이트로 제격
친퀘테레 풍경 출처=Rick Steves′ Europe 유투브 영상 캡처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지중해의 에머랄드빛 바다. 피도 위에 묻어오는 신선한 바람. 그리고 절벽 위 자연을 닮은 파스텔톤의 동화 같은 건물들. 지중해를 따라 펼쳐진 5개의 그림같은 해안 마을이 여행자들에게 달콤한 힐링을 주는 곳. 이탈리아 ‘작은 보석’으로 불리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구리아(Liguria)주 라 스페치아(La Spezia)의 친퀘테레(Cinque Terre)랍니다.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 Mare), 베르나차(Vernazza), 코르닐리아(Corniglia), 마나롤라(Manarola), 리오마조레(Riomaggiore) 마을은 절벽을 따라 골목길, 기차, 유람선으로 연결됩니다. 트래킹을 하다 지치면 쪽빛 바다를 바라보면 노천 레스토랑에서 차갑게 칠링된 화이트 와인 한 잔으로 피로 풀죠. 밀가루에 올리브, 소금, 효모 등을 넣어 납작하게 구운 전통 빵 포카치아(focaccia) 하나면 허기진 배도 채울 수 있고 골목골목 숨겨진 예쁜 상점들은 발길을 저절로 멈추게 합니다. 걷는게 싫다면 수영과 다이빙, 썬텐을 즐기며 지중해의 태양과 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면 됩니다. 
비아 델 아모르
마나롤라와 리오마조레로 연결된 길은 걷기도 편하고 빼어난 풍광도 즐길 수 있어 연인들의 길이란 뜻의 ‘비아 델아모르(Via Dell’Amore)’라고 불린답니다. 양쪽 마을에 떨어져 살던 연인들이 이 곳에서 사랑을 나누다 집안의 반대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연인이 입맞춤을 하는 동상과 주변에는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하는 연인들이 남긴 자물쇠와 사랑의 맹세를 담은 글들로 가득합니다.
리구리아 대표 품종 베르멘티토 100%로 빚은 오로 디제
걷다보면 깎아지른 절벽에 계단식으로 돌담을 쌓아 만든 포도밭을 만나게 됩니다. 친퀘테레 담장의 길이를 모두 합치면 7000km로 중국의 만리장성 보다 길다고 하네요. 리구리아를 대표하는 와인은 베르멘티노 품종으로 빚은 화이트 와인. 과숙한 포도를 사용하지 않는 신선하고 부드러운 와인은 요즘 같은 무더운 여름철에 가볍게 즐기 안성마춤입니다. 
베르멘티노
소비뇽 블랑의 신선한 산도와, 피노 그리지오의 향긋한 아로마를 모두 지녀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이상적인 품종이죠. 복숭아, 살구 등 핵과일과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 아카시아 등 흰꽃 향이 입안에서 풍성하게 어우러집니다.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그득해 랍스타, 새우, 생선 요리와 뛰어만 궁합을 보입니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오로 디제
베르멘티노는 바닷 바람의 영향을 받는 곳에서 자라면 떼루아를 온전하게 잘 보여주기에 초승달 모양으로 지중해를 끼고 있는 리구리아, 사르네나 섬, 토스카나, 코르시카 섬 등에서 잘 자랍니다. 북쪽 리구리아에서는 흰꽃향이 지배적이고 남쪽 사르데냐(Sardinia)에서는 꿀향이 나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베르멘티노가 빚어집니다.

리구리아 베르멘티노를 대표하는 와이너리가 1900년대 초부터 와인을 빚은 페데리치(Federici) 가문의 라 바이아 델 솔레(La Baia del Sole)로 오로 디제(Oro d'Isee)가 유명합니다. 단 한 모금만 마셔도 지중해가 통째로 입안에 가득차는 느낌이 듭니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의 미네랄과 감귤류의 시트러스, 신선한 산도는 눈을 감으면 어느새 친퀘테레의 아름다운 절벽 위 마을로 이끕니다. 사랑을 고백할 연인과 함께 마신다면 비아 델아모르에 아로 새겨진 수많은 맹세처럼 당신도 영원한 사랑이 이뤄질지 모릅니다.
페데리치 가족들 출처=홈페이지
라 바이아 델 솔레 셀러 출처=홈페이지
오로 디제는 ‘이제의 황금’이라는 뜻으로 이제는 현재 페데리치 가족의 고조 할아버지 이름입니다. 그는 가장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따로 감춰놓았다가 특별한 날이면 꺼내서 가족과 함께 마셨다고 합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기리기 위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군요. 오로 디제는 유명한 와인평론지 디캔터에서도 그 맛을 인정해 2017 빈티지가 올해 95점의 아주 높은 점수를 받았답니다. 앞서 2017년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도 금상을 받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라 바이아 델 솔레 와인들 출처=홈페이지
라 바이아 델 솔레 포도밭 풍경 출처=홈페이지
와이너리는 조지 고든 바이런 등 유명한 시인들이 아름다움을 극찬해 ‘시인의 만’으로 불리는 스페치아 만(Golfo della Spezia)이 내려다 보이는 발 디 마그라(Val di Magra)의 언덕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포도밭에 햇살이 잘 내리쬐고 아름다운 풍광이 돋보이는 시인의 만을 내려다 볼 수 있어 ‘태양의 만’이란 뜻을 지닌 라 바이다 델 솔레로 와이너리 이름을 지었다니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태양을 품은 듯한 와인과 아주 잘 어울리는 네이밍입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