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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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北에선 妻에게도 '김정은' 이야기 못해… 쿠데타 불가능"

NYT 인터뷰 "현재 암살 및 납치 위험…"

'북한 비핵화 담판'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귀순한 태영호(사진)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 위원장이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북한 내부 정치 쿠데타 가능성도 일축했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27일(현지시간)에 제인 펄리즈(Jane Perlez) NYT 베이징 지국장과 태 전 공사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인터뷰는 같은 날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개최된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졌다. 인터뷰 기사에는 태 전 공사가 현재 암살과 납치 위험을 받고 있으며 한국 정부 보호 하에 활동 중이라는 설명도 담겼다. 

태 전 공사는 이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목적은 첫째 시간을 벌고, 둘째 대북 제재 해제를 얻어내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그는 핵보유국 지위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에 대해 "머리가 좋고 영리하지만 무자비하다"고 평가했다. "과거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고(故) 김일성 주석이나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수 많은 인사를 숙청했지만 결코 가족을 살해한적은 없었다"며 "김 위원장은 권력 유지를 위해 삼촌(장성택)과 이복형제(김정남)를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1차 목표는 독재 정권의 유지"라며 "그는 북한 주민들이 실패한 경제로 인한 생활고로 인해 고통 받고 있고 지배체제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주목 받을 수 있어 정치 정당성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국방력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정전국인 한국에 대한 방어력을 핵무기 보유로 상쇄 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대북(對北) 제재 완화 또는 해제가 불발될 경우, 김 위원장의 핵기술 판매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체제유지와 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며 "그는 생존을 위해서 핵기술을 판매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북한 핵기술에 대해) 많은 잠재적 구매자들이 있다"라며 "이란은 엄격한 국제적인 감시를 받고 있어 핵물질을 생산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핵무기를 살 돈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기술을 이란에 판매할 경우 이러한 거래를 누가 탐지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북한에서 체제 전복을 위한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라며 "북한은 지위가 높은 고위급 관료들일수록 같은 지역에 함께 살며 집단 생활을 하는데 상호간에 견제와 감시가 상상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북한에서는 배우자에게도 김 위원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보통 북한 사람들은 김 위원장에 대해서 침묵을 지킨다"라며 "북한에 살아봐야만 북한 현지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2016년8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로 재직 중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 전 공사의 망명은 1997년 황장엽 당중앙위원회 비서(부총리급)인사의 망명 이후 북한 최고위급 간부의 북한 이탈로 큰 화제를 모았다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전담 통역관을 거쳐 1990년대 초반부터 덴마크 주재 북한대사관 서기관,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관 서기관, EU 담당 과장 등을 거쳤다. 

태 전 공사는 지난해 5월  발간한 '3층 서기실의 암호'(기파랑)를 통해 북한 권력 심층부를 과감하게 풀어내 김정은 국무워윈장의 통치 권력을 낱낱이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8~9월 트위터를 개설하고 개인 블로그를 열어 북한 비핵화와 동향 등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해왔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출판사 기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