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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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딜'보단 '노 딜'…협상 결렬에 박수친 美 정치권 [월드이슈]

미국 정치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 담판을 결렬시킨 데 대해 초당적인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해온 민주당도 ‘배드 딜’ 보다는 ‘노 딜’이 낫다는 데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놓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둔했다가 정치권과 민간단체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웜비어 사건에 김 위원장이 개입하지 않았고, 그가 나중에 알았다고 비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외에 좋은 딜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우리가 현상 유지를 받아들일 수는 없고, 협상이 실패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의 핵 위협 제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보수정치행동연합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불렀다.

공화당의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속아 넘어가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나쁜 합의서에 서명하기보다 걸어나가는 게 낫다”고 가세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 진영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냉소적 지지’를 보냈다. 차기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네브래스카 대학 연설에서 “트럼프가 모든 외교를 부동산 거래처럼 하려 든다”면서 “이번에 외교의 중요성을 배웠기 바란다”고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자 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제안한 작은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이 걸어 나와 기쁘지만, 큰 승자는 트럼프와 두 번 만난 김 위원장”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의 초대 유엔 대사를 지내다 지난해 말 사임한 니키 헤일리는 이날 트위터에 “우리 미국인은 모두 북한 정권이 웜비어에게 가한 잔혹 행위를 잘 알고 있고, 우리의 마음은 웜비어 가족과 함께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2017년 6월 13일 석방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 억류 당시인 2016년 3월 16일 평양 소재 최고 법원에 수갑을 찬 채 호송되는 모습.

민주당 출신의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뻔한 거짓말을 믿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혐오스럽다”고 했다.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김정은에게 미국인을 고문하고 살해할 수 있는 자유권한을 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