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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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신상 공개, 어디까지 허용될까? [알아야 보이는 법(法)]

김미연 변호사의 형사 브리핑

범죄자의 신상 공개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흉악범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여 대중의 알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신상 공개로 피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 등 주변인에 대한 ‘신상 털기’가 촉발되어 2차 피해가 이어지게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형법은 검찰과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當)하여 지득(知得)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하는 것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범죄 피의자라 하더라도 신상 정보나 피의사실의 공개는 허용되어 있지 않고, 공소가 제기되어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 공개법정에서 이루어지므로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용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수사 중인 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규정은 2009년 연쇄살인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 바람에 이듬해 4월15일. 신설되었습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의 2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①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②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③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으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④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특정강력범죄사건의 피의자에 한해 얼굴과 성명,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개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같은날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5조에도 위와 같은 내용의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되는 않으면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제도로, 형이 확정된 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수사 중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법원에서 재판을 거쳐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 정보통신망 즉 인터넷을 이용하여 피고인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도록 명령하는 제도입니다.

 

신상정보 등록대상 범죄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49조 1항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42조 1항에서 정한 성범죄입니다. 

 

공개하도록 제공되는 등록정보는 성명, 나이, 주소 및 실제 거주지, 신체정보(키와 몸무게), 사진, 등록대상 성범죄의 요지(판결일자, 죄명, 선고형량 등), 성폭력범죄 전과사실(죄명 및 횟수), 전자장치 부착 여부 등입니다.

 

등록정보의 공개 및 고지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집행합니다. 

 

공개기간은 실제 선고되는 형의 종류에 따라 10년∼30년이고, 통상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기산하나 실형이 선고되어 교도소 등에 수감되어 있는 기간은 공개기간에 넣어 계산하지 않습니다. 

 

공개된 정보는 인터넷 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에서 실명 인증을 거쳐 열람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한 공개와는 별도로 고지 대상자가 거주하는 읍·면·동의 아동·청소년이 있는 가구,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읍·면사무소 및 동 주민자치센터, 학원,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수련시설에는 신상정보가 우편으로 송부됩니다.

 

이처럼 흉악범이나 성범죄자는 수사 도중 또는 판결이 확정된 뒤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마구잡이식 신상 털기는 명예훼손죄 등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miyeon.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