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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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에도 일본 여행은 여전 “갈 사람은 간다, 싼값 노리는 이들도” [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입력 : 2019-07-06 13:00:00
수정 : 2019-07-06 1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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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후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하지만 일본 여행 수요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소짓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최근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은 주로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식음료, 의류 등 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주를 이루는데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일본 여행 불매 움직임도 다수 포착된다.

 

SNS에서 한 누리꾼은 “여자 친구와 기념을 위해 일본 여행을 계획했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로 취소했다”며 “아쉬운 감도 없지 않고 취소에 따른 금전적 손실도 따랐지만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게 돼 나름 뿌듯하다”는 글을 게재했다. 또 일본 여행 대신 침체한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국내 피서지로 계획을 변경했다는 글을 비롯해 일본을 대신할 여행지 추천이나 경험담 등을 소개하는 글도 다수 눈에 띄었다.

 

SNS, 커뮤니티 등 인터넷 상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극에 달할 조짐을 보이지만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예약 취소가 발생하고 상품문의가 작년보다 줄어든 건 맞지만 그렇다고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 A씨는 5일 “일본은 한국 여행객이 가장 많이 선호하고 즐겨 찾는 곳이라 일부 감소가 발생해도 (여행업계가) 타격을 입을 만큼은 아닐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행 상품의 특성상 빠르게는 약 1달 전부터 예약하고 비용을 완납해 취소 시 그에 따른 수수료가 발생하고 특히 휴가철을 앞둔 지금 다른 여행 상품 예약이나 선정 등에 어려움이 따라 일본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지만 일본 여행은 여전히 인기다. 한 여행 업계 관계자는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가장 비싼 성수기…싼값 노리는 이들도

 

여행업계는 직장인 휴가가 몰리는 7~8월을 성수기로 분류한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성수기는 비성수기로 분류되는 다른달 보다 여행비용이 최대 2.5배 비싸다. 이에 일부에서는 언론 보도를 주목하며 취소 상품 등 저렴한 여행상품이 나오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또 일본 불매운동 전 계획한 여행을 손실을 보며 취소할 건 아니라는 생각도 있었다.

 

5일 서울에서 일본어 및 문화 스터디 그룹에 참여한 직장인은 “일본이 경제보복을 가했다고 해서 단교나 불매운동 등 극단적인 방법으론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거 같다”며 “민간분야는 정치적 문제에 휘둘리기보다 좋은 건 받아들이고 나쁜 건 버리는 게 좋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본 여행은 이번 한일 무역 분쟁이 일기 전부터 계획된 일이라 취소할 마음은 없다”며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정이 임박한 취소 상품이 나오면 저렴한 비용으로 일본을 여행할 기회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같은 그룹의 한 대학생은 “휴학 후 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은 지금 갑작스러운 한일 간 무역 분쟁이 우려된다”면서도 “일본에 간다고 해서 일본인이 되는 건 아니다. 저렴한 가격에 왕복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면 좋다.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여행업계 관계자 A씨에게 일본 여행 상품 문의 등 분위기를 묻자 “뉴스를 통해 동종 업계에서 취소 문의가 있는 거로 봤고 ‘우리(해당 여행사)’도 취소 문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취소 상품에 대한 문의가 있다”며 “신문 방송을 보면 여론은 불매로 치닫고 있지만 갈 사람은 가고 포기할 사람은 포기한다. 선택은 개인이 판단할 문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행객들로 붐비는 인천공항.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여행객 수는 753만 8997명에 이른다. 남정탁 기자. 세계일보 사진DB

◆하태경, 일본 국적 연예인 퇴출운동 “참 어리석다”

 

일본 불매운동이 갈수록 감정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급기야 일본 국적 연예인을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참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지난 4일 SNS에 “일본 국적 연예인 퇴출 운동은 대한민국을 돕는 운동이 아니라 해롭게 하는 운동”이라고 비판하며 “싸움에서 이기려면 우리 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 있는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까지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이기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한국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꽤 있는 국내 친한파 일본 연예인들까지  적으로 만들면 어떻게 우리가 이길 수 있는가”라며 일본 국적 연예인 퇴출 주장은 적절치 못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