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와 더불어 빠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가 일본 사회를 변화하고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일본 사회를 구성하는 세대수 중 ‘단신세대(1인 가구)’의 비율이 36%에 달하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과거 3대가 한집에 모여 살던 대가족에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을 지나 1인 가구가 중심이 돼가는 모습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독신인 중년 세대부터 젊은 세대의 미혼화는 인구 감소와 더불어 일손 부족이라는 형태로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사별·황혼이혼 등으로 홀로 남게 된 노인 세대 등에서 고독사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고독사는 지난 기사 참조, 고독사 수습하는 '특수 청소업'…"반갑지 않은 호황")
1인 가구의 증가는 서비스업 등 경제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혼밥(혼자 밥 먹는 문화)’ 등 나홀로 문화는 오래전부터 지금껏 이어지며 고독한 일본 사회의 단면을 비추고 있는데 이런 나홀로 문화 속에서도 금기처럼 여겨진 가라오케(노래방)를 시작으로 최근 ‘야끼니꾸(불고기 등 고깃집)’나 레스토랑 등 전문음식점이 혼밥족을 위한 공간을 크게 늘리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1인석 늘린 패밀리 레스토랑의 등장
일본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족이 함께 외식하는 곳’이란 인식이 크다. 이는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모습인데 ‘패밀리’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게 1인석을 크게 늘린 패밀리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일부는 아예 1인 공간만 두기도 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식업계에서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1인석 늘리기가 확산한다고 전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면 최하 4인석 테이블이 기본인데 이런 테이블을 절반가량 치우고 대신 1인석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는 일반 레스토랑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1인석은 혼자서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특별한 디자인이나 편의가 제공되는데 예를 들면 콘센트라던지, 주변의 시선을 차단하는 칸막이, 신문 잡지 등 읽을거리 배치 등이 있다.
일본 도쿄의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은 지난해부터 1인석을 늘리기 시작해 매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약 20여 석을 1인석으로 바꿨다. 또 최근 도쿄 타마치시에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은 다른 점포와 달리 1인석 규모를 2배 가까이 늘려 약 20석의 1인석을 마련했고, 많은 직장인이 몰리는 도쿄 신바시역의 한 스테이크 전문점은 모든 자리를 1인 공간으로 구성했다. 이 밖에도 고깃집에서는 1인용 화로를 마련해 혼자 찾은 손님을 맞이하는 등 단체나 가족외식,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에서 나홀로족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혼밥 손님 때문에 매출 오른다?
1인 손님의 소비는 단체 손님보다 적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전체 세대의 30%를 넘기면서 이들을 외면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업계에 확산했다. 단체나 가족 단위 손님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과거보다 준 이유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불고기 전문점 등 과거 가족 단위 이용이 많았지만 1인 가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고 이에 이들을 다른 경쟁 매장에 빼앗기면 매출 하락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또 1인 가구는 다른 가구보다 외식이 많은데 일본 시장조사기관 NPD저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외식비 지출은 2인 이상 가구 보다 약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1인 손님은 가족 단위 손님보다 체류시간이 짧아 자리 회전율이 높아져서 이들 손님을 늘리는 게 매출 증가에 도움 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러나 혼자라는 쓸쓸함은 해결할 수 없고 더 심화한다.
◆혼자라는 쓸쓸함, 1인 가구 더 늘어날 전망…“남녀 생각이 변해야”
오는 2020년 일본 사회를 구성하는 세대의 36%는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1인 가구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노인 세대의 사별로 발생하는 1인 가구는 마땅히 해결할 방법이 없지만, 젊은 세대의 자발적 1인 가구는 변화할 희망이 있다. 지금 독신일지라도 이들이 결혼하면 세대를 구성하고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와 기업들은 미혼인 직원들에게 맞선을 주선하고 참가를 독려하지만 결혼은 강요할 수 없어 사정이 여유롭진 않다.
이와 관련 야마다 마사히로 추오대 교수는 “사회 구조적으로 결혼 못 하는 남녀가 있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일본 동양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마다 교수는 “일본 근대 사회에서는 결혼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살기 어려워 ‘결혼이 필수인 사회’였다”며 “이러한 생각은 현대까지 이어져 결혼을 원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갈수록 결혼은 어려워져 ‘이성 상대 없이도 즐겁게 보낸다’는 생각이 요즘 젊은 세대에게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결혼이 어려워진다”는 야마다 교수의 말은 ‘남성들의 변화한 생각’에 반해 ‘여성들은 일관된 입장’을 고수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는 “결혼이 어렵다는 인식으로 ‘연애상대=결혼상대’라는 인식이 남성들에게 자리 잡은 결과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결혼 상대로 느끼지 못한 여성과의 만남은 시간과 돈 낭비라는 생각이 요즘 남성들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남성이 여성에게 먼저 호감을 드러냈지만 요즘 젊은 남성은 연애에 소극적”이라며 “남성들이 여성에게 거절당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유 중 하나”고 덧붙였다.
반면 ‘여성들은 일관된 입장’과 관련 이날 야마다 교수와 ‘격변, 일본의 결혼’을 토론한 우에 미유키 결혼상담소 대표는 변한 남성들 모습에 “여성이 ‘육식화(적극적인 모습)’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이 적극적으로 마음을 전달하면 성혼으로 빠르게 이어지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며 “이유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조건 좋은 남성’이란 기준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다가가도 이 조건에 맞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다. 조건을 갖추지 않는 한 지금 일본의 결혼 모습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조건은 남성의 경제력을 뜻한다. 일본 미혼 남성의 약 30%는 비정규직 또는 무직이다. 또 연간 수입이 400만엔(약 4544만원) 이상인 남성은 약 25% 정도다. 그러나 여성의 약 70%는 연수입 400만엔 이상을 희망해 ‘일본 사회 구조적으로 결혼은 무리에 가깝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미유키 대표는 “‘상대 소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여성은 단 20%”라며 “이는 고졸에 무직인 여성이나 고위 관리직에 종사하는 여성 또 엘리트 집단인 도쿄대 여학생들에게서도 매우 이상할 정도로 변함없다”며 “여성들에게는 남편에게 의존해 그 수입으로 생활한다는 메이지시대((1912년前) 결혼상이 지금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나를 선택해줄 고소득 남성이 있을지 모른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남성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좋아해 줄 여성이 있을지 모른다’고 믿는다”며 “이 의식이 바뀌어야 결혼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나홀로 문화는 익숙하다. 음식점 1인 좌석이 늘어난 건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만 쓸쓸한 나홀로 문화가 확산하면서 ‘고독한 사회’로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