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사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에 나선 북한에 여전히 밀수가 성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후진적 의료시설 등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한국 정부가 북한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등 선제 조처를 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을 제안했다.
◆‘밀봉 상태’ 들어간 북한 ‘중국에 위문 서한은 왜 보냈나’
태 전 공사는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태영호TV’에 출연해 ‘김정은의 신종 코로나 작전’이란 주제로 ▲북·중 간 국경 봉쇄의 숨은 이유 ▲신종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속내 ▲신종 코로나 사태를 통해 불거질 북한 체제의 동요 ▲한국의 선제 지원 조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2일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관광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중 접경 지역이자 양국의 최대 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등에서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 중국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아울러 남북한 당국은 지난달 30일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개성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의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북한은 이달 들어 러시아와의 국경도 사실상 폐쇄, 일각에선 ‘국토 밀봉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표면적으론 시 주석에게 위문서한와 위로금을 보내면서도 겉으론 북·중 간 국경을 전면 폐쇄하고 담을 쌓았다”며 “대북제재에 중국 돈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주제에 중국을 돕는다고 돈을 보내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 주석 반응도 가관”이라며 ”중국 관영 매체가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 해당 소식을 실어 중국과 북한 간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관계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시 주석에게 위문서한과 지원금까지 보냈다.
김 위원장은 이 서한에서 “우리 당과 인민은 중국에서 발생한 이번 전염병 발병 사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한집안 식구, 친혈육이 본 피해로 여기고 있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국경 폐쇄 불가능, 신종코로나 파악도 치료도 어려워’
태 전 공사는 북한 정권을 떠받치는 군대로 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번지면 체제 자체가 요동칠 것이며, 경제난에 면역력이 떨어진 주민들이 감염돼도 이를 치료·관리할 시설도 마땅치 않다고 봤다.
아울러 중국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벌이 등도 사실상 어려워져 경제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를 통해 새해부터 새로운 길을 갈 것처럼 예고했으나 신종 코로나 악재로 터졌다”며 “현재는 북·중 국경 간 밀수가 굉장히 활발한 시기로, 압록강과 두만강 등 인접 지역을 폐쇄하라는 국가 지침에도 국경 경비대는 밀수행위를 눈감아 주고 얼마의 돈을 받을 것”이라고 북·중 국경을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북한에서 ‘확진자가 없다’고 하지만 감염자나 확진자 파악이나 치료도 낙후된 의료 시설로는 할 수 없는 상항”이라며 “수십년간 지속한 영양 부족으로 면역력이 저하돼 바이러스에 걸리면 완치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 “김 위원장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 바로 신종 코로나가 북한 중심으로 침투하면, ‘당·정·군·수령’에 기반한 북한 체제를 받치는 군대가 동요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1990년대 영양실조 영향이 가장 극심했던 곳이 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휴전선 일대의 군 부대였다”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 관광객을 통해 외화벌이에 나서려 했고, 대중 인력 수출로 돈을 벌었지만, (이제는) 모든 게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중국 돈 못 받으면 남한으로 눈 돌릴 것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체제 위기 극복을 위해선 중국이 올해분 무상 경제지원을 특별히 늘려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마다 1월은 북한과 중국 사이에서 무상 경제지원 규모를 정하는데,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담보 없이 통큰 지원을 해줄지는 미지수고, 중국에서 지원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북한은 한국 측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당 전원회의에서 대남정책 방향을 언급하지 않고 연락사무소 가동을 중단했으나 서울과 평양 간 전화 및 팩스를 살려 놓은 것은 남측에게 최후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 위해 방역 마스크 보내야
태 전 공사는 북한 주민의 신종 코로나 사태 대비를 위한 우리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금 김 위원장은 중국의 도움으로 신종 코로나 사태도 수습하고 정면으로 돌파하려 한다”며 “김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자유 민주주의 체제와 우수한 의료보건 시스템이 북한 구성원에게 알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으로부터 공식 지원 요청이 없다고 하더라도 방역협력 제안을 먼저 해서 북한 사람들에게 한집안 식구들은 남과 북이란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며 “이런 때야말로 우리가 마스크 하나 없이 무방비 상태에 놓인 북한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한 “북한 사람들이 한국산 마스크를 쓰고 신종 코로나로부터 살아났다고 생각한다면, 겉으론 ‘김정은 만세’를 불러도 속으론 대한민국 국민에게 기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