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필자와 매체를 고발했다 취하하면서 논란이 인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란 제목의 칼럼을 두고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다만 심의위는 가장 낮은 수준의 조치인 ‘권고’만 했다. 일부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언중위의 유권해석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칼럼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는 ‘가짜뉴스’까지 나돌고 있다.
15일 언중위에 따르면 선거기사심의위는 지난 12일 위원회를 열어 임 교수의 칼럼을 심의한 뒤 해당 칼럼이 공직선거법 제8조를 위반했다고 판단, 경향신문에 이를 통지했다. 공직선거법 제8조는 ‘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에 관한 조항으로,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 간행물을 경영·관리하거나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와 인터넷언론사가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해 보도·논평을 하는 경우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권고는 선거법 위반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조치로, 법적 강제성이 없다. 심의위가 사안이 그만큼 중대하진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권 지지자들은 언중위 심의위의 이 같은 유권해석에 들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관련 기사를 퍼나르는가 하면, 기사 댓글란 등에서 “역시 불법이 맞았다”거나 “표현의 자유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등 의기양양해하고 있다. 일부는 “선관위가 위법이라고 했으면 당장 칼럼을 삭제하고 공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유권해석 주체를 선관위로 착각한 주장으로, 일종의 가짜뉴스다. 언중위 관계자는 선거기사심의위의 이번 유권해석을 두고 연합뉴스에 “(해당 칼럼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유의’하라는 취지”라고만 설명했다.
앞서 임 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해당 칼럼에서 “(민주당이)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며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이 칼럼이 보도된 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명의로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당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까지 “부적절한 고발”이라는 거센 비판이 일자 민주당은 결국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임 교수의 정치 이력을 문제삼거나 이 대표도 몰랐다는 취지로 변명을 해 또 다시 빈축을 샀다. 임 교수의 칼럼 자체보다 칼럼을 둘러싼 고발·취하 소동이 외려 민주당에 더 큰 타격을 준 셈이다.
여권 지지자들은 나아가 임 교수의 신상 털기에 나서거나 민주당 대신 임 교수를 선관위에 신고하는 등 ‘테러’에 가까운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임 교수는 전날 SNS를 통해 “예상은 했지만 벌써부터 신상이 털리고 있어 번거로운 수고를 덜라고 올린다”며 자신의 이력을 ‘셀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자랑스럽지는 않아도 인생을 치열하게 산 건 자부한다”며 자신의 학력과 경력, 정당 관련 이력 등을 상세히 나열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