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아산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했을 당시 반찬가게 사장이 “(경기가) 거지 같다”고 언급한 일로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신상이 ‘털리는’ 등 테러에 가까운 공격을 당한 일로 논란이 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그분이 공격받는 게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빠’로 불리는 자신의 극성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뜻이 아닌, 관망조의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해당 반찬가게 사장을 좀 대변해달라고 했다”며 대통령이 이 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반찬가게 사장이 한 “거지 같다”는 표현을 가리켜 “장사가 안되는 것을 요즘 사람들이 쉽게 하는 표현”이라며 “오히려 서민적이고 소탈한 표현”이라고도 평가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또 당시 현장 분위기와 관련해 “전혀 악의가 없었다”며 “오히려 분위기가 좋았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변인은 “(해당 가게 사장이) 그런 표현으로 비난받고, (그 이후 해당 가게가) 장사가 안된다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안타까움을 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아산의 온양온천시장을 방문했을 때 해당 반찬가게 사장이 최근 경기에 대해 “거지 같아요”라고 언급했다가 문빠들의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며 논란이 일었다. 문빠들은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해당 가게 사장의 신상을 털고 인신공격성 글을 올리거나 ‘불매 운동’을 부추기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강 대변인 브리핑 이후 기자들 사이에선 ‘문 대통령이 극렬 지지층에 자제를 요청하는 것인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이와 관련,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대변인의 설명을) 잘 받아들인 뒤 질문하면 좋겠다”며 “대통령의 말은 반찬가게 사장이 곤경에 처한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지, 지지층에 대한 반응 같은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아닌 누구에게라도 ‘거지 같다’고 말을 하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지만, 이분에게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오해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오해를 풀어주려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신상 털기 등을 꼭 문빠들만 한 일이 아니라고도 부인했다.
해당 반찬가게 사장은 10여년간 온양온천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다가 지난해부터 반찬가게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다녀간 뒤 손님이 더 떨어진 것 같다”며 “며칠 전부터는 재료 값을 못 댈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고 털어놨다. 문빠들의 행태에 “사람 만나는 게 무섭다”고도 했다.
‘문빠’로 불리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극렬한 행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무덤덤한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선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경쟁을 더 흥미롭게 하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선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너무 많은 ‘악플’(악성 댓글)이 붙는다”는 어느 기자의 하소연에 “(악플을)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