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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증대” vs “재정안정” 불붙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1인당 20만원씩 2차 재난지원금 지급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에 이어 ‘2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돼야한다는 논의가 최근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함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강력히 주장해왔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다시 앞장서 추가 지급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도는 ‘1인당 20만원’ 수준의 2차 재난지원금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10조3685억으로 설정하고 지난달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공급보다 수요 보강해야”…野에서도 기본소득 도입 목소리

 

이 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경제는 상당 기간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최소한 두세 번 정도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을)더 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경제 순환을 원활하게 하려면 공급보다 수요를 보강해야 정상적인 순환이 가능하다”며 “2~3차례 정도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5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기본소득에 대해서 이걸 복지정책으로 자꾸 생각하는데 이건 불쌍한 사람을 돕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경제수요공급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정부 지출을 옛날처럼 기업, 공급이 아니라 소비, 즉 국민에게 직접 지원해서 소비를 늘리는 것”이라고 거듭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이 지사의 제안에 적극 공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의 제안에 동의 한다”며 “가구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변경해야 한다”, “소득과 재산 구분을 두지 않아야 한다”, “지급받은 금액 전체가 지역에서 소비되도록 기부방식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지방 정부를 지급 주체로 해야 한다” 등 추가 지급에 고려해야 할 4가지 개선점을 제안했다. 같은당 설훈 최고위원도 5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코로나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그것을 우리가 가늠할 수가 없다”며 “7월쯤 되면 경기가 또 떨어지고, 국민들이 아우성을 치면 2차 재난지원금이 안 나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논의는 7월쯤 해도 되지 않겠나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망원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정례화한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당 초선, 비례대표 의원 강연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공감대가 있는 것이고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재원의 확보는 별개의 문제”라고 다소 긍정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99% 가구서 수령한 재난지원금…소비 증대로 이어져

 

지난달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실제 빠른 속도로 실물 소비까지 이어졌다는 긍정적 평가는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지급을 완료한 재난지원금 총액은 13조5158억원으로 이중 9조5866억원(71%)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됐다. 행안부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금액을 분석한 결과 이중 64%가 이미 소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부터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22일 만에 지급액의 절반이 넘는 소비가 이뤄진 셈이다. 재난지원금은 4일 기준 지급대상 가구 중 99%에 지급됐다.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지급이 이뤄진 5월 셋째 주(11~17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의 평균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 매출을 회복했고 5월 넷째 주(18~24일)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는 도가 지급한 ‘재난기본소득’으로 자영업자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통계를 내기도 했다. 신한카드가 집계한 경기도 내 재난기본소득 가맹점 매출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사용이 시작한 4월 22~28일 가맹점의 매출은 24% 증가했다.

서울 성북구 한 네일샵 앞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재정 압박에 관련 논의 선 긋는 정부…국민 찬·반 여론은 팽팽

 

하지만 문제는 재정이다. 청와대는 지난 3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일 2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안(추경)으로 인한 재정안정성 악화를 우려해 관련한 논의를 단칼에 저지한 셈이다.

 

실제 3차까지 이어진 추경으로 올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11조2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도 38.0%에서 43.7%로 증가한다.

 

정부와 여당이 재난지원금 지급 전 조건으로 내 걸었던 재난지원금 기부도 저조한 성적을 냈다는 분석이다. 4일 기준 재난지원금 대상 가구 중 99%가 지원금을 받은 상황에서 아직 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은 가구가 이를 모두 기부해도 6000만원대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의식해 신용카드사에는 기부금 실적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기부금을 고용보험기금 등에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소비증대’와 ‘재정부담’ 사이에서 국민 여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찬반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한 결과 찬성 51.1%, 반대 40.3%로 찬성이 근소하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도 8.6%에 달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