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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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 땐 1년7개월 '물거품'… 이재용 수사 결론 고심 깊은 檢

수사심의위 권고에 신중모드 / 불기소 땐 1년7개월 수사 물거품 / 기소 땐 檢 심의위 ‘무용론’ 직면 / “국민 법상식 위배” “심의위 존중을” / 정치권, 수용 여부 놓고 갑론을박 / “자본시장법 일반인 이해 힘들어” / 일각, 심의위 의제로 부적절 지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외부인으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의 ‘이재용 불기소’ 판단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수사심의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삼성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주부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 지속 및 기소 여부 검토 작업에 들어간다. 지난 26일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판단을 내렸지만 관련 공식 문서가 아직 오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불확실하지만, 수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기소에 무게가 실린다. 수사심의위 결론은 ‘참고’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18년 11월 이후 1년7개월 넘게 진행한 수사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당시에서도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례 등을 거론하면서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이후 일련의 행위를 통해 삼성그룹 경영권을 부정 승계했다고 강하게 의심한다.

26일 수사심의위 결정 후 검찰은 기자단에 보낸 공지에서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심의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이 기소한다면 ‘이럴 거면 수사심의위는 왜 만들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검찰 권한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수사심의위 결정을 검찰이 자의적 판단으로 거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재계에서 이런 목소리가 뚜렷하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대배심과 일본 검찰심사회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기 때문에 수사심의위보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음에도 대표적인 해외 모범 사례로 거론돼 왔다”면서 “일각에서 ‘여론 재판’이라고 비판하는데 이는 검찰 견제 기구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모든 사건은 검찰이 꾸리는 전문 수사팀에 의해서만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심의위가 만들어진 2018년 이후 검찰이 수사심의위 의견을 모두 따랐다는 점도 결정을 쉽지 않게 한다. 이 부회장 사건에서 처음 전례를 어기게 되는 것 자체가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정치권도 극명하게 나뉘어 갑론을박한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이 부회장에 대해서 수사도 기소도 하지 말라는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니라 ‘유전무사, 무전유사, 돈 있으면 재판도 수사도 없다’는 선례를 남긴 지극히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법적 상식에 반하는 결정이자, 국민 감정상 용납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반면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례를 들며 “‘내 편은 무죄, 반대편은 유죄’라는 뻔뻔함의 극치”라며 “검찰 개혁 일환으로 기소의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심의위를 만들고 그에 따라 결정했다면 그에 따르는 것이 검찰권의 올바른 행사”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복잡성 등을 고려할 때 수사심의위가 결론을 내린 것 자체가 불완전하다고 지적한다. 수사심의위원들은 회의에서 핵심 혐의 중 하나인 자본시장법 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대한 이해에 곤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건은 이 부회장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면 법원에서 (사건이 매우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 결정을 했을 법한 사건”이라면서 “수사심의위원들이 몇 시간 동안 검사와 변호인들이 제출한 의견서를 읽고 짧은 질의응답으로 쟁점파악이 다 되었다면 그 위원들은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다른 세상에 있고 인간이 아닌 경지)’”이라고 말했다.

 

이도형·나기천·김민순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