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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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모든 공직자는 국민 앞에 ‘일개 공직자’일 뿐”

김태년 ‘오만’, 추미애 ‘자괴감’ 등 반격에 의연한 대처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뉴스1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포토샵으로 사진 등을 수정하는 행위)을 하고 앉아 있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채널A 전 기자 이모(35·구속)씨와 대화하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한 이 발언의 여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일개 장관‘으로 불린 추 장관 본인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자 한 검사장 측은 ‘국민의 시선에서 보자’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3일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낸 추 장관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검사장이 장관을 일개 장관이라고 폄하할 만큼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22일) 추 장관 역시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한 검사장의 발언과 관련, “자괴감이 들었다”고 날선 답변을 내놓았다.  

 

한 검사장이 ‘일개 장관’이란 표현을 쓴 배경은 이렇다. 얼마 전 법무부가 공소장 공개 금지 방침을 밝혀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 등이 강하게 반발한 사건을 독자들은 다들 기억할 것이다. 헌 검사장과 만난 전직 기자 이씨가 ‘추 장관의 공소장 공개 금지 방침과 관련해 법무부 공익법무관들이 미국 등의 사례를 찾느라 고생하고 있다’는 취지로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자 한 검사장은 “(추 장관이) 미국에 ‘명을 거역했다’고 얘기할 거냐”라며 “아니,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냐”며 “당연히 알 권리의 핵심은 언제 아느냐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는 뜻은, 우리(정부·여당)만 먼저 알겠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22일 국회에 출석해 대정부 질문에 답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한 검사장 측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와 추 장관 등이 ‘일개 장관’ 표현에 격한 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 “모든 공직자는 국민 앞에 ‘일개 공직자’일 뿐”이란 입장을 전했다. 국민 시선에서 보면 장관이든 검찰총장이든 검사장이든 모두 ‘일개 공직자’에 불과하다는 겸손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당부이자, 장관을 영원히 할 것도 아닌데 오만을 떨쳐 버려야 한다는 충고인 셈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