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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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해운강국’ 재건의 꿈 이루려면

입력 : 2020-08-18 22:44:43
수정 : 2020-08-18 22: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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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분기만에 흑자 HMM ‘청신호’
코로나로 교역 32% 감소 전망
선복량 확대 위한 지원책 중요
정부·선사 머리 맞대고 풀어야

2017년 2월 글로벌 7위이자 한국 최대 해운선사인 한진해운이 창립 40년 만에 파산했다. 2016년 4월 해운업계의 운임경쟁이 격화했다. 한진해운은 해운수요 위축과 선박 공급과잉으로 영업실적이 악화하면서 유동성 부족에 빠졌고, 그해 9월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됐지만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 북미, 유럽, 대서양 등 세계 3대 기간항로를 운항하던 한진해운 컨테이너 선박 97척 대부분이 멈춰 섰다. 글로벌 해운물류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우리 해운산업은 글로벌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한진해운 사태 전인 2015년 105만TEU(한진 63만TEU)였던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1년 새 반 토막 났고, 39조원 규모의 해운산업 매출액도 10조원이나 줄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입 루트인 미주노선 점유율은 11.4%에서 5% 미만으로 추락했다.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체들은 미주노선 운임 상승으로 큰 피해를 봤다.

박찬준 경제부장

정부는 2018년 4월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이 계획에는 해운선사의 안정적 화물 확보, 저비용·고효율의 경쟁력 있는 선박 확충, 선사의 경영안정 지원 등 세 가지 정책방향이 담겼다.

어느덧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반환점을 도는 시점을 앞두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운 매출액은 37조원(2019년), 지배(운영)선대는 8535만DWT(재화중량톤수·2019년)로 한진해운 사태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65만TEU(2020년 7월)로 아직 부족하다. 우리나라 대표 원양선사인 HMM이 2015년 2분기 이후 스물한 분기 만(2020년 2분기)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파산 당시에 우리나라 2위의 원양선사였지만, 3년 연속 적자와 함께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2018년 7월 출범한 해운산업 전담 정책금융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세계 최대 초대형선 발주 등 영업자산 확보를 뒷받침했고 현재의 HMM으로 성장했다. HMM은 지난해 7월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그러나 해운강국 재건에 암초가 많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상품교역이 최대 32%가량 줄 것으로 전망됐다. 해상 물동량 감소는 해운기업의 매출에 타격을 준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중소 해운선사에 HMM의 흑자전환이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운시장의 각축전도 치열하다. 주요 선사들이 초대형 선박을 앞다퉈 내면서 아시아∼유럽 항로의 평균 선박 크기는 1만6600TEU로 전년 대비 1400TEU 증가했다.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이 아시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점도 우려스럽다. 우리 국적 14개 컨테이너 선사 중 두 곳(HMM·SM상선)을 뺀 12곳이 아시아시장에서만 취항하는 터라 이들 선사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해운기업에 유동성을 긴급 지원할 때 예외적으로 신용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국해양진흥공사법 개정을 추진해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59만TEU 수준인 HMM의 컨테이너선 선복량을 2022년까지 100만TEU로 확대하는 정부 지원책은 중요하다. HMM은 세계 최대 ‘컨’선인 알헤시라스호(1만9621TEU)를 비롯해서 다음달까지 초대형 컨선 12척을 투입한다. 부산을 떠나 유럽을 한 바퀴 돌아오는 데 84일이 걸린다. 84(일)를 7(일주일)로 나누면 12다. 우리 선박 12척이 주중에 어느 항에서든지 최소 한 번은 기항해 해운 서비스의 기본인 ‘위클리 서비스’가 가능하다. 잃어버린 유럽 항로를 되찾는 토대가 세워진다. 내년 초부터는 1만6000TEU급 8척을 건조한다. 한국을 떠나서 미 동부까지 56일이 걸리는 항로를 운항한다. 화주들에게 위클리 서비스(8척×7일)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에 컨테이너 장치장 확보, 미주 내륙운송 서비스 강화, 유럽 내 트럭·항공 연계운송 서비스 개발에도 힘을 쏟자. 선원들의 역량 강화나 해외 시장 물류 네트워크 확대 등 산적한 과제를 푸는 데 정부와 선사들이 머리를 맞댈 때다. 해양강국 재건의 꿈이 이뤄질 날을 손꼽아 고대한다.

 

박찬준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