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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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가수 박진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이윤영 작가의 어제는 뭐봤니] (10)

 

가수 박진영(사진).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자 음악 프로듀서, 1972년생 현업 가수. 그를 소개하는 표현은 대개 이렇다. 

 

그가 또 신곡을 발표했다. 박진영에 의하면 그는 꾸준히 신곡을 발표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듯하다. 해마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그의 신곡들이 스쳐 지나간다.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래도 뇌리에 콕콕 박힌 노래가 몇몇 있다. ‘정말 JYP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싶다. 

 

지난주  MBC ‘라디오스타’에서 그의 예능 나들이가 시작되었고, 각종 음악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하며 또 한번 ‘딴따라’ 가수 박진영을 널리 알리고 있는 중이다. 

 

그는 지난 19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데뷔 당시 비닐 바지를 입고 나왔을 때  한 방송국 임원이 자신을 불러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했다고 공개했다. 

 

“진영아, 너는 공부도 잘하고, 학교도 좋은데 다니잖아요. 그냥 ’딴따라’가 아니잖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송 중에서 

 

딴따라의 사전적 정의는 연예인을 낮추어 이르는 말(네이버 국어사전)이다. 그 말에 그는 자신의 후배들에게 이런 상처와 모욕을 대물림하기 싫어서 ‘진짜 딴따라’가 되기로 결심했고, 더 철저히 ‘그냥 딴따라’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사실 ‘그냥 연예인’보다 더 남들이 안 하는 ‘짓’(?)-엔터테인먼트 회사 설립. GOD, 비 등 엄청난 가수를 발굴하고 데뷔시키고, 지금도 여전히 신인가수 발굴과 프로듀싱에 온 힘을 다함, 여전히 해마다 신곡을 발표함, 그것도 아주 대단한 댄스와 함께-을 격하게 하고 있다. 

 

박진영은 한번 떼로 나왔다가 누구인지 이름도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지거나 대박 작품 하나 찍고 몇년째 15초짜리 광고로만 인사하는, 그런 딴따라는 아니다. 또 그저 노래하고 춤추며 예술적인 끼를 발산해야만 산다는 그런 연예인도 아니다.

 

몇년 전 그의 하루 루틴이 알려지면서 박진영이 진짜 그냥 연예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는 진짜 딴따라가 되기 위해 1주일에 3∼4회 하루 20시간의 금식, 날마다 ‘이러다 죽겠다’ 싶을 만큼 운동하기,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생활하기, 매일 같은 옷 입기 등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박진영은 그가 원하는 그냥 딴따라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는 딴따라임을 자처하고 자신을 그렇게 봐주기를 갈구하고 또 원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단식과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다른 이들이 자신을 편하게 대하기 위해 자신의 온갖 짤(?)을 패러디하는 것을 두고 싫은 듯 하지만 즐기고 있다. 더불어 오랜만에 출연한 예능에서 분위기를 다운시키지 않기 위해 올 상반기 가장 핫했던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5명의 주인공을 철저하게 분석한 성대모사 개인기까지 밤잠을 설치며 준비했다. 이 남자 진짜 뭘까.  

 

“정말 하기 싫은 걸 오랜 시간 참고 견디는 것”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송 중 박진영의 말 

 

글쓰기 수업을 하다 보면 언제나처럼 들리는 말이 있다. ‘힘들다’, 어렵다‘ 등이 그것이다. 이해한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안 쓰던 삶‘에서 ’쓰던 삶‘으로의 전환이 쉬울 리 없으니 말이다. 나 역시 그 과정에 몹시 아팠고 힘들었고 괴로웠다. 왜 글 같은 걸 써서 이렇게 하지도 않아도 되는 고민과 생각에 사로잡혀 하루 종일 노트북을 부여잡고 살아야 하는지 후회했던 날들도 많았다. 하지만 몇달 고생고생하면서 온 우주와 지구의 신들을 원망했던 말을 내 안에 그냥 가두고, 묵묵히 ’엉덩이와 의자 사이에 깊고 두터운 우호관계‘(위화 ‘사람의 목소리를 빛보다 멀리간다’ 중에서)를 돈독히 하다 보니 한편의 글이 완성되기도 했다. 

 

박진영에 대한 몇개의 영상을 봤더니 내 머릿속에라도 들어간 듯한 우리의 ‘알고리즘’님께서 또 하나의 영상을 추천해준다. 그새 그의 신곡 춤을 커버하신 분들이 많이 틀리는 동작을 교정해주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박진영이란 남자, 진짜 그는 제대로 된 딴따라다.

 

작가 이윤영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캡처

 

*책, 영화, 방송 등 대중문화를 읽고, 그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