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文 "정부 비난하거나 대통령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문 대통령 "방역 방해해 다수 국민께 피해 입히는 가짜뉴스 허용할 수 없다" /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 노력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정부의 방역을 방해하는 '가짜뉴스'와 관련해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50분 동안 청와대 본관에서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16명의 교회 지도자들의 발언이 끝난 뒤 마무리발언을 통해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비공개 간담회에서 일부 지도자들이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요청했었다고 한다.

 

실제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이른바 '전광훈 현상'은 극우 개신교 세력의 정치적 선전선동에 세뇌되고 동원되는 무지한 대중을 생산해 냈다"고 지적한 뒤 "가짜 뉴스가 이끄는 탈진실의 시대 현상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추구하기 위해 설정된 의견과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양산하면서 탈진실의 시대를 이끄는 언론 몰이꾼들의 행패가 심각하다"며 "가짜 뉴스의 진원지가 그 어디이든지 발본색원해 엄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방역을 방해해서 다수 국민께 피해를 주는 가짜뉴스는 허용할 수 없다"고 엄정한 대응의지를 밝히면서 "일부 교회가 가짜뉴스의 진원이라는 말도 있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함께) 노력을 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예배가 기독교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거의 핵심이고 생명 같은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 그래서 비대면 예배나 다른 방식이 교회와 교인에게 곤혹감을 주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 확진자의 상당수가 교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집단감염에 있어 교회만큼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종교의 자유 자체, 신앙의 자유 자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 예수님에 대한 신앙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라고 강조한 뒤 "그러나 신앙을 표현하는 행위, 예배하는 행위는 최대한 국가가 보호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제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상 제도화돼 있다. 그런 객관적 상황만큼은 교회 지도자분들께서 인정하셔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만 일방통행식이어선 안 된다"며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회 공동대표회장이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와 기독교계, 기초자치단체간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데 "정부와 교회 간에 좀 더 긴밀한 협의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협의체를 만드는 것은 아주 좋은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독교만이 아니라 여러 종교들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꼭 좀 반영이 되도록 해 주시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가) 수그러지다가도 불쑥불쑥 집단감염이 생겨나는 일이 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예배 방법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김 회장이 제안했던 '방역인증마크 제도' 도입에 대해선 "현실적으로는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최고의 고비다. 이 고비를 막지 못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가면 아마도 교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거의 멈추다시피 해야 한다"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번 멈추고 나면 다시 되돌리는 데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선에서 확산을 멈추고, 이른 시일 안에 안정시켜서 우리 모두의 활동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최선"이라며 "정해진 기간까지만은 꼭 좀 협력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교회 수가 6만여 개라고 한다. 교회마다 예배 방식이 다 다르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조치 내리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그 부분은 받아들여 주십시오"라며 "다만 위기상황을 벗어나 안정화가 되면 협의체에서 그런 의논들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예배 자체가 힘든 영세한 교회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 영상 제작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문제도 계속 협의해 나가면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남북관계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그동안 기독교계가 남북관계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주셨고,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길을 다시 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주시고 계신다"며 "정부 간 역할이 활발하면 정부가 앞서가고 민간이 따라가면 되겠지만, 정부 간 협력이 막혀 있을 때는 민간이 앞서 나가면서 후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이뤄지는 남북 협력 노력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27일 감염병예방법이라는 법적 근거를 예로 들며 대면 예배의 자유에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은 기독교계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 위기의 상황에서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평가받는 종교의 자유보다 국민의 생명·안전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못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방역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확실히 엿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