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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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인권침해 NO”…코로나 ‘제2 파도’ 속 이탈리아·크로아티아 통제 반대시위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치비타베키아 항구로 들어오는 선박 승객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9000명을 넘어가는 등 각국에서 코로나19 ‘제2 파도’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탈리아, 크로아티아에서는 정부 방역 조치가 개인 자유를 억압한다며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로마 중심부에서는 약 1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극우 정당인 포르차 누오바와 백신 반대론자, 음모론자들이 모였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마스크 반대, 거리두기 반대’, ‘개인 자유는 불가침’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정부 정책을 규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에 ‘사탄’과 ‘666’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들은 “정부가 보건을 핑계로 독재를 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 등을 의무화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오늘 코로나19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로마에서 시위를 벌였는데, 코로나19로 3만5000명이 넘게 사망했다”며 “시위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초 유럽의 확산 진원지였던 이탈리아는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가 27만6000여명에 달한다. 강력한 봉쇄 정책 이후 수백명 선까지 떨어졌던 일일 신규 감염자는 지난 4일 1732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존스홉킨스대는 집계했다. 콘테 총리는 “새로운 봉쇄 조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제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핀셋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날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도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한 당국의 각종 제한 조치가 인권과 자유를 위협한다며 항의하는 시위가 수천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코로나19는 거짓말이다. 우리는 코비디엇(Covidiot·코로나멍청이)이 아니다”, “마스크를 벗고, TV를 끄고, 충실한 삶을 살아라”라고 적은 손팻말 등을 들고 자그레브 광장에 모였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관련 각종 제한 조치는 유효한 의학적, 법적 근거 없이 시민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제한했다”며 이날 시위에 ‘자유의 축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빌리 베로스 크로아티아 보건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비과학적인 접근법을 지지할 수 없다”며 “모든 일시적 제한 조치는 크로아티아 시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라는 단 하나의 목적 하에 취해진 것이며, 우리는 성공했다”고 썼다.

 

크로아티아는 누적 확진자 1만1739명, 누적 사망자 197명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비교적 잘 대처한 국가로 꼽힌다. 5월 중순 이후로는 신규 감염자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여름 휴가철을 맞아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최근에는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