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이 넘는 나랏빚을 내면서도 여야 주요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2021년 예산안 편성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국회가 추산한 2021년 예상 국가채무는 956조원에 달한다. 정부안 단계에서부터 지역구 예산을 반영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막판 협상 때 끼워 넣는 ‘쪽지예산’으로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2021년도 예산안을 분석해보면 주요 상임위원회 보직을 맡고 있는 여야 의원의 지역구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 이는 지역구 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기존 정부 안보다 많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경기도 양주가 지역구다. 정 의원의 지역과 관련해 양주장흥-광적국지도건설(6억원), 숲길체험프로그램(1억원), 양주시 내행 하수관로(3억5000만원)가 ‘쪽지예산’으로 증액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경기도 구리가 지역구다. 몇 년째 이어져 온 사업이라지만 안성∼구리고속도로건설에 130억4700만원이 증액됐다. 또 주민지원 사업으로 구리시사노동언제말 도시계획도로 예산 8억7200만원을 새로 추가했다. 2023년 개통을 앞둔 8호선(별내선)과 관련해서도 100억원의 예산을 늘렸다.
야당에서도 실세 의원들이 지역 예산을 두둑이 챙겼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의 ‘매호 1지구 재해위험지역 정비 사업’은 기존 정부안보다 11억4200만원이 늘어난 총 24억1900만원이 반영됐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대덕산에는 ‘생각을 담는 길’ 조성 명목으로 10억원이 새로 배정됐다.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는 달성 1차 산업단지 재생을 위한 노후산업단지 개발 명목으로 정부안 98억원에서 10억원이 더 확보됐다. 달성1차산단 하수관로 정비 사업에도 원래 없던 3억원이 반영됐다. 이외에도 추 의원은 국립대구과학관 운영비와 한실마을 공영주차장 조성비를 각각 2억·6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예산 편성 과정을 꿰뚫고 있으면 ‘쪽지예산’이 아니라 여름 전 기획재정부가 편성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반영이 되게 한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지역구 예산 확보를 홍보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되자마자 세종시에 있는 기재부를 쉴 새 없이 드나들었던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기존 정부안에 이미 반영된 사업 예산과 국회에서 자신이 증액한 사업들을 성과라고 포장해 올려놨다. 강원도 원주갑이 지역구인 이 의원은 원주교도소 이전 사업(541억원 반영) 등 기존 정부예산안에 넣은 지역 사업을 소개하고, 여주-원주 철도 연결(49억원 증액) 등 국회에서 이번 정기국회 때 자신이 확보한 예산을 자랑했다. 그동안 여당 주요 실세들은 기재부 최초 예산안에 자신의 지역 예산을 반영한 뒤 국회에 제출하는 방식을 암암리에 썼는데, 이를 이 의원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셈이다.
국가채무 증가 우려 등으로 언론과 시민사회의 잇따른 지적에도 일부 의원들은 예산 확보 관련 홍보에 열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 수원병이 지역구인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문자메시지로 ‘더 큰 팔달을 위한 국비 확보'라는 제목으로 총 1669억원의 예산을 따냈다’고 알렸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성남 분당 갑)은 월곶∼판교선(월판선), 수서∼광주선(수광선) 복선전철 조기 착공 예산을 정부안보다 160억원 증액해 총 890억원을 따왔다고 강조했다.
최형창·곽은산 기자 calli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