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개발 능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할 정도로 고도화했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연례 보고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됐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속된 강력한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와중에도 북한이 꾸준하게 핵 개발 능력을 키웠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와 금융기관 등을 꾸준히 해킹해 약 36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훔친 사실도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대북제재위 패널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북한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새로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ICBM 체계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분석은 북한이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작전 임무의 목적과 타격 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술 핵무기들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과 일치한다.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진체 연료가 액체에서 고체로 바뀌고 있어 기동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보고서는 북한의 최고 명문대인 김일성대학과 김책공대가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등 북한의 핵 활동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재위는 또 북한 핵시설들이 계속 가동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영변핵시설의 우라늄 관련 시설에서 수증기 기둥이 목격됐으며, 지난해 10, 11월엔 경수로 내부 공사와 관련한 전기 시험 활동도 관찰됐다.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의 결과물로 북한이 폭파했다고 주장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엔 인력이 이동하는 모습이 찍혔다.
제재 속 북한의 불법 경제활동도 계속되고 있다. 한 회원국은 북한이 해킹을 통해 2019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3억1640만달러(약 3575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훔쳤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훔친 가상화폐를 중국 소재 비상장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통해 실제 화폐로 바꾸는 돈세탁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해킹 목표를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홍주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