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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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차박지 조성… ‘두 토끼’ 잡은 홍성

클린캠핑 약속땐 무료 체험키트 제공
특산물 판매 연계한 상생모델 만들어
충남 홍성군 클린캠핑 챌린지 모습. 우측 상단 사진은 클린캠핑 서약 차박족들에게 제공하는 밀키트 세트. 홍성DMO 행복한여행나눔 제공

충남 홍성군은 ‘차박’으로 발생하는 민원을 민관 협력으로 해결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홍성군 남당항과 어사리 노을공원, 속동전망대, 상황리 해변 이면도로, 속동갯벌마을 등은 차박 성지로 자리 잡았다. 차박족들이 모여들면서 소음과 쓰레기 불법 투기 등 각종 문제들이 속출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했다.

이에 홍성군은 기존 주차장 폐쇄와 같은 강압적인 단속 대신 역발상으로 민관 협력을 통해 차박족을 관광산업으로 흡수해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발굴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지역관광추진조직(DMO) 공모에 선정된 홍성군은 민관 합동으로 ‘홍성DMO 클린캠핑 챌린지’를 추진했다. 홍성군과 민간업체,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홍성DMO는 ‘클린캠핑 약속 서명 이벤트’와 ‘클린캠핑 실천 공유 이벤트’로 차박족들의 합법화를 추진했다.

홍성DMO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준 행복한여행나눔 대표는 “전국 유명 차박지 관할 지자체들이 불법 차박에 따른 주민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민원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에 착안했다”면서 “강압적으로 차박을 단속하는 대신 관광산업으로 흡수해 지역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 건전한 여가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바른 캠핑문화 정착과 관광 및 먹거리를 연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한 캠핑용 밀키트와 체험키트를 개발해 판매를 추진했다. 또 클린캠핑·안전캠핑 등 캠핑규칙을 정하고, 참여(챌린지)를 유도해 시민의식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클린캠핑 약속 서명 이벤트는 클린캠핑 약속에 서명하는 차박족에게 홍성지역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키트를 제공한다. 클린캠핑 실천 공유 이벤트는 홍성지역 내 캠핑장 인증사진이나 클린캠핑 활동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는 캠핑족에게 홍성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바비큐와 브런치 등 밀키트 세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전국의 차박족들이 클린캠핑 약속에 서명하고 홍성군을 대거 찾으면서 지역특산물 판매로 이어졌다. 차박족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와 야간 음주·불법취사·고성방가로 인한 소음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주환명 동아대 교수(관광경영학)는 “최근 차박 열풍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자체들이 예산을 투입해 합법적인 차박지를 조성하면 지역경제도 살리고 국내관광산업도 활성화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오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