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日 법원 게시판에 ‘피고 김정은’ 공시송달 등장 [특파원+]

탈북한 ‘북송사업 입북자’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
도쿄지법, 金 국무위원장 피고로 명시한 문서 게시 중
주권국 재판대상 안된다는 ‘주권면제’ 인정 여부 주목
일본 도쿄지방재판소 게시판에 등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피고로 하는 공시송달. 도쿄=김청중 특파원

피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피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자 김정은(金正恩) 님(樣).

 

일본 법원 게시판에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공시송달(公示送達)이 등장했다.

 

일본 도쿄지방재판소가 제1남문 게시판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자 국무위원장 김정은 님’을 피고로 하는 공시송달과 제1회 구두변론기일호출장 및 답변서 최고장(催告狀)을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지난 16일 게시된 공시송달에는 사건번호와 사건 제목 ‘북조선 귀국사업 손해배상청구 사건’,  원고 ‘가와사키 에이코(川崎榮子) 외 4명’ 등이 적시되어 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당사자 주소 등이 불명확해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경우 일본 민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재판소)이 게시판을 통해 공개적으로 소장이 접수됐다고 알리고 외국의 경우 6주가 지나면 송달됐다고 간주하는 제도다. 

 

이번 공시송달은 북송사업에 따라 입북했다가 탈북한 재일교포 2세인 가와사키 에이코(79)씨 등 5명이 2018년 12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총 5억엔의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이 있다. 가와사키씨 등은 1960∼70년대 북한에 건너갔다가 2000년대 탈북했다. 이들은 이번 소송에서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해 재일 조선인을 속여 귀환사업에 참가시키고, 저항하면 탄압하고 출국을 허가하지 않는 등 기본적 인권을 억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공시송달이 게시된 도쿄지방재판소 제1남문 게시판. 도쿄=김청중 특파원

공시송달문에는 “문서 서두 사건과 관련해 당신에 대한 하기(下記) 서류는 당 서기관실에 보관하고 있으니 출두해서 교부받기 바랍니다”, “당신이 하기 서류를 수령하지 않으면 2021년 9월28일부로 법률상 송달된 것으로 봅니다”라고 쓰여있다. 

 

하기 서류에는 사건과 관련한 제1회 구두 변론 기일이 10월14일 오전 10시임을 알리는 최고장(상대방에 대해 일정 행위를 요구하는 법적 통지서) 내용과 오른쪽에는 관련 최고장이 게시되어 있다.

 

일본 도쿄고등재판소와 도쿄지방재판소가 있는 법원 건물 전경. 도쿄=김청중 특파원

이번 소송과 관련해서는 법원이 주권면제와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주권면제란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재판에서 피고가 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서도 주권면제 논리로 불응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와사키씨 등은 2010년 시행된 대외국(對外國)민사재판법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본 정부 측이 “비승인국에 재판면제를 인정할 법적 의무는 없으며, 주권면제의 대상 외”라고 밝힌 점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