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공무원이 빼돌린 개인 정보, 강력범죄로 이어져…관리 시스템에 구멍 ‘숭숭’

개인정보 유출 막을 수 있는 ‘이중·삼중 보호장치’ 필요하다는 지적도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이 피해자 주소를 구청 공무원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무원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12일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수원시 권선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앞서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형사부(이성범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이씨에게 50만원을 받고 피해자 A씨의 집 주소를 파악해 알려준 흥신소 운영자 B(37)와 흥신소 업자들에게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구청 공무원 C(40)씨를 구속 기소했다.

 

C씨는 차적 조회 권한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업자들에게 2020년부터 약 2년간 주소 등 개인정보 1천101건을 제공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업자들에게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대가는 매월 200만∼300만원으로 총 3천954만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사건의 피해자 거주지 정보를 넘기는 대가로 받은 돈은 2만원이었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문제는 이른바 'n번방' 사건 때도 논란이 됐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 최모씨는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보조 업무를 하면서 불법 조회한 개인정보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2020년 6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민원인 개인정보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해 개인정보 취급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시의 한 전직 공무원은 연합뉴스에 "업무분장에 따라 (개인정보) 시스템 접근 권한이 주어지는데 시스템에 따라 차량번호 등 극히 일부 정보만을 가지고도 주소나 다른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몇 년 전만 해도 점심시간이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울 경우 동료가 담당자의 계정을 활용해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시스템에 따라 누가, 언제, 어떤 정보에 접근했다는 기록이 남기도 하지만, 특별히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무원이 마음먹기에 따라 주소 등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얼마든지 캐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파악된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됐을 때는 각종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

 

이에 공무원의 직업윤리·보안의식 강화뿐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이중·삼중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수원시 권선구에 대한 조사에 즉각 착수하는 한편 중앙부처 및 자치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을 요청했다.

 

자체점검과 별개로 개인정보위는 각 부처 및 지자체가 연계해 운영하는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의 취약점에 대해 관계부처 합동 점검을 벌일 계획이다.

 

아울러 점검 결과를 토대로 개인정보 안전관리 강화, 접근통제 등 시스템의 기술적 보완조치 강화 및 위법 공무원에 대한 가중 처벌 등 제도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