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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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에도 청와대 찾은 이용수 할머니 “왜 일본 기다리나”… CAT 절차 회부 촉구

이용수 할머니가 16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위안부' 문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 촉구 서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4) 할머니가 16일 청와대를 찾아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회부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이 할머니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나 이 할머니의 유엔 고문방지협약(CAT) 절차 회부 친필 촉구 서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과 면담을 요구했다.

 

추진위는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 중심 해결을 위한 CAT 절차 회부 제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지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 14일 청와대를 찾아 방정균 시민사회수석에게 CAT 절차 회부를 촉구하는 친필 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이날 찬 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에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을 찾은 이 할머니는 간이의자를 펴고 앉은 채 발언을 시작했다. 이 할머니는 “엄동설한에 나이 많은 사람을 이렇게 둬서 되겠냐”면서 “왜 일본이 해결책 가져오길 기다리냐. 더 기다릴 수 없다.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 할머니와 동행한 김현정 추진위 대변인은 “1월25일 이 자리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CAT 회부 촉구 지지 서명을 전달했지만 아무 답을 듣지 못한 할머니가 다시 이 자리에 서셨다”며 “할머니는 당장 대통령과 면담을 하겠다고 요구하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해 2월16일 한·일 양국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를 ICJ에 회부해 국제법에 따른 판단을 받을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양국 정부가 ICJ 회부에 나설 뜻을 보이지 않자, 이 할머니는 “일본이 계속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에 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CAT 제21조에 규정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의 국가 간 통보에 따른 조정 절차나 제30조에 규정된 ICJ 회부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위안부 문제를 ICJ에서 다루려면 한국과 일본 모두 동의해야 하지만, CAT 이행을 감독하는 기구인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은 일본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 21일 나눔의집을 찾아가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94)·박옥선(97)·이옥선(94)·이옥선(92) 할머니에게 CAT 절차 회부의 취지를 설명하고 찬성·지지 서명을 받았다. 지난달 24일에는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박필근(94) 할머니에게도 마찬가지로 취지를 설명하고 찬성·지지 서명을 받았다.

 

추진위는 “국내 ‘위안부’ 생존자 13명 중 여섯 분, 즉 의사 표시가 가능한 생존자 대부분이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 중심 해결을 위한 CAT 절차 회부 제안에 찬성·지지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16일 청와대 인근 사랑채에서 청와대 관계자에게 '위안부' 문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 촉구 서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분수대 광장에서 이 할머니의 발언은 10분 넘게 이어졌고, 추운 날씨에 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한 청와대 측의 제안에 따라 이 할머니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인근 카페에서 대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할머니는 반복해서 청와대의 대응을 질타했다. 이 할머니는 “대통령을 만나자고 왔는데 이게 뭐냐. 찻집이 아니라 청와대에 가서 죽겠다”면서 “나도 성한 몸이 아니다. 내가 이러다 죽으면 잘 됐다고 춤을 추겠지만 그렇게는 못 한다”며 흐느끼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청와대 관계자가 자리를 뜨자 다시 밖으로 나와 청와대로 향하겠다며 20분 이상 경찰과 대치했다. 이후 경찰과 추진위 관계자들의 설득 끝에 시위를 마치고 돌아갔다.

 

한편, 추진위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에게 전날 ‘대통령 취임 100일 내 CAT 절차 개시 의사 공개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질의서에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CAT 제21조 또는 제30조에 따른 국가 간 절차 회부 제안을 이행하겠느냐’, ‘회부 의사가 있다면 대통령 취임 100일 이내에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해주겠느냐’는 질문이 담겼다. 추진위는 각 대선 후보에게 2주 후인 다음달 1일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