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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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목소리·지지층 문자폭탄에, 민주 ‘검수완박’ 드라이브

12일 정책 의원총회 정국 분수령
국힘은 “필리버스터 등 총력저지”
인수위 “사법체계근간 흔드는 일”
정의당도 “검수완박 동의 어려워”
여의도 대치전선의 ‘최대 변수’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기념촬영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면서 여의도 정치권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압박에 어떻게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 검수완박 등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한 반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원내 제3당인 정의당까지 검수완박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여야의 대치 전선에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처음으로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에는) 문재인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 방해 의도와 대선 패배 결과에 대한 불복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정부 인사들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이 전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 등을 둘러싼 의혹 관련 수사를 막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은 지방선거 때 ‘윤석열정부가 ’검찰공화국‘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간다’고 하면서 민주당이 유리해지기 위한 프레임”이라고도 의심했다.

 

같은 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성명을 내 “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수완박은 ‘이재명 비리 방탄법’”이라며 “민심과 맞서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대국민 여론전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민주당이 추진했던 ‘언론중재법’이 반대 여론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일을 상기하며 같은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당내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주효할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끝내 입법 강행에 나설 경우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 추진을 결정하면 필리버스터라든지 물리적 대응을 할 건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그 순서대로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개헌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 야당이 됐다”며 여당이 아닌 야당의 마음으로 저지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정무사법행정 분과에서 국회 상황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윤 당선인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관련 당론을 결정하기로 한 12일 정책 의원총회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집단반발에 나선 검찰을 맹폭하면서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은 도를 넘은 정치개입을 즉각 중단해주기 바란다”며 “검찰총장이 언론을 상대로 직접적인 정치행위를 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검찰은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검찰은 왕왕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집단행동에 나섰다”며 “이런 행동들은 결코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없다”고 거듭 검찰을 질타하기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정책 의총에서 국민과 당원, 지지자의 뜻이 더해져 결론에 도달하면 국민과 역사를 믿고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운데)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처럼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강행하려는 배경에는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강경파 의원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당이 검찰·언론개혁 법안을 제대로 밀어붙이지 않는 등 ‘미진한 개혁’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고 보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도 의원들을 움직이는 한 요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강성 지지층은 육두문자를 날리며 압박했는데, 요즘은 2030 여성 지지층이 늘어나면서 존댓말로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1004원 후원금까지 보내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정의당은 검수완박의 시기와 방식, 내용 등에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영국 대표는 이날 대표단 회의에서 “(민주당이) 다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자고 한다”며 “국민들이 시급한 과제임에 동의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여 대표는 검수완박 자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선이 끝나고도 양당 진영대결이 지속되는 지금 검수완박은 의도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만 증폭시켜 갈등만 확대될 뿐, 좋은 해답에 접근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주영·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