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의 에이스 윤석민(26·사진)이 수상하다.
윤석민은 지난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동안 8안타를 맞고 4실점해 패전을 안는 등 최근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했다. 시즌 성적은 9경기에서 2승2패. 한때 0점대였던 방어율도 2.91로 나빠졌다. 지난해 투수 4관왕에 올랐던 위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
윤석민은 지난 11일 광주 두산전에서 안타와 볼넷을 1개씩만 내주고 완봉승을 따낼 때만 해도 역시 최고 투수라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이 경기를 포함한 6경기 가운데 8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네 차례나 됐다. 이닝 이터(이닝을 많이 소화해주는 투수)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150㎞를 넘는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 제구력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3경기에서는 딴판이었다.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3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6실점했다. 23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6이닝을 1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29일 두산전에서 다시 조기강판하며 체면을 구겼다. 팀이 7연승을 노리던 경기라 윤석민의 충격은 더욱 컸다.
윤석민이 등판한 최근 3경기에서 드러난 특징은 평균 구속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140㎞대를 넘으며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파고들던 고속 슬라이더가 나오지 않고 있다. 135∼136㎞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삼진수도 뚝 떨어졌다. 15이닝에서 겨우 5개에 불과하다.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 윤석민의 최근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대의 집중분석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동렬 KIA 감독도 “지난해만큼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하지 못하다. 상대가 투구 패턴이나 궤적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느린 변화구를 섞어 타이밍을 흐트러뜨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29일 두산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 타자들은 “윤석민의 투구 패턴은 직구와 슬라이더다. 이 구종들을 노려 공략하는 게 우선”이라며 표적 타격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 윤석민을 일찌감치 끌어내렸다. 실제 윤석민은 이날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다. 윤석민은 워낙 구위와 제구가 뛰어난 만큼 구태여 다른 구종을 섞지 않고 공격적으로 던져도 공략이 쉽지 않은 투수다. 그러나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온 타자들에게는 결국 윤석민도 당해낼 수 없었다.
투구 패턴이 노출됐다는 심리적 위축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심한 타선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꼬였다. 윤석민은 9경기에서 58과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평균 6이닝 이상 소화한 셈이다. 윤석민이 마운드에 있을 때 KIA 타선은 이닝당 0.3점의 득점 지원을 했다. 경기당 2.8점에 그쳤다.
유해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