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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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없는 세상을”… 이통 3사, 양자암호통신 전쟁 스타트

‘퀀텀코리아’서 새 기술 공개

성장 멈춘 통신시장 새 먹거리로
2030년 시장규모 135조원 넘을 듯
글로벌 주도권 확보 전초전 열려

SKT, 암호서 센싱까지 영역 확장
KT, 국내 최장 무선 QKD 등 시연
LGU+, 국정원 인증 PQC-VPN 공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25일 개최된 국내 최대 양자 분야 전시회 ‘퀀텀코리아2024’에서 양자와 통신을 결합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대거 뽐냈다. 성장세가 주춤한 이동통신 시장에서 파이를 나눠먹던 이통3사가 조만간 본격 도래할 양자암호기술 시장 패권 선점을 위한 전초전을 벌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2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4’를 찾은 관람객들이 IBM 관계자로부터 양자컴퓨터 ‘퀀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고양=이제원 선임기자

SK텔레콤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코리아2024에서 양자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 양자난수생성기(QRNG) 등 다양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 통신기술뿐 아니라 양자센싱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이날 양자 라이다(LiDAR) 센서와 차세대 양자암호칩 Q-HSM도 공개했다. 행사에 IDQ코리아와 노키아, 에스오에스랩, 엑스게이트 등 SK텔레콤이 양자 관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설립한 ‘퀀텀 얼라이언스’ 회원사들도 함께 참여했다.

KT는 국내 최장거리 무선 QKD 시스템을 시연했다. KT는 지난해 2㎞ 구간에서 무선 양자암호 전송에 성공하고 현재 10㎞급 전송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과 강남별관 지점 연결에 쓰인 QKD, PQC 하이브리드 양자보안망과 퀀텀드론, 퀀텀 자율차, 퀀텀 가상사설망, 퀀텀 증강현실(AR)글래스 등을 소개했다. 이밖에 LG유플러스는 동일 종류 제품 가운데 국내 최초로 국가정보원의 보안기능확인서를 발급받은 가상사설망 솔루션 PQC-VPN을 공개했다.

이통3사가 이날 경쟁적으로 선보인 양자기술의 핵심은 ‘보안’이다. 정보통신 암호체계는 일반적으로 수학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수학 알고리즘을 순식간에 풀어내는 슈퍼컴퓨터 등의 발달로 전통적인 암호체계가 위협을 받으며 수학이 아닌 물리 기반, 즉 양자암호체계가 새로운 정보 보호 체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통3사가 집중하고 있는 QKD는 에너지를 이루는 최소단위인 양자를 이용해 암호키를 전달하기 때문에 복제와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체계 통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통3사가 양자암호 시장에 적극 뛰어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성장세가 멈춘 이동통신 시장에서 양자시장은 새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 퀀텀 테크놀러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기술 시장 규모는 2020년 7조3592억원에서 2030년까지 135조8885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중 양자암호통신 시장은 매년 평균 59%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도 뜨겁다. 미국은 2018년부터 5년간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해 양자통신 글로벌 표준화 작업에 나섰고 중국은 70억위안(1조3000억원)을 써 양자정보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하민용 SK텔레콤 최고사업개발책임자(CDO)는 “엑스퀀텀 멤버사들과 함께 혁신적인 양자 솔루션을 지속 발굴해 한국이 글로벌 양자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퀀텀코리아2024는 이날부터 사흘간 열린다. 높아진 한국 양자과학기술의 위상을 반영하듯 영국과 덴마크 정부에서 대표단을 파견했고, 호주·스위스·이스라엘 등 9개 대사관도 참석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종호 장관은 개막식 축사에서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적 경제·문화 강국으로 화려하게 부상한 대한민국에 양자 경제가 꽃피울 수 있도록 역량과 의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