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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화학적 거세치료…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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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범에게 약물을 투여해 화학적으로 거세하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여야 의원 31명이 공동 발의한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은 성폭력범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거세요법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찬성하는 측에선 “약물치료법은 성폭력범의 동의를 얻어 시행하므로 인권침해 소지가 적고 심리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예방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발휘할지는 모르겠으나 장기간 계속되면 우울증, 치매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에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 본다.

범죄인 동시에 질병…치료 차원서 약물요법 당연

김희균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상습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 치료를 하는 법안에 찬성한다.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재발하도록 그냥 놔둬선 안 된다.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필요하다면 약물 치료를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범죄이면서 질병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동 성범죄에 시달리는 선진 각국이 모두 화학적 거세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만 해도 몇 개 주만 찬성할 정도로 이 제도의 도입이 아직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발의된 법안은 선진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먼저, 화학적 거세를 정신과 치료와 병행토록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이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항상 전문가인 의사 등이 개입할 수 있게 한 것도 그렇다. 게다가 본인의 동의를 전제함으로써 인권 침해 논란에서도 어느 정도는 자유롭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은 있다. 첫째, 화학적 거세에 사용되는 약물의 부작용이다. 장기적으로 투여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거세’라는 단어를 꼭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약물 투여로 인한 거세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거세보다 ‘치료’라는 명칭이 제도의 본질에 적합하다고 본다. 전자발찌든 화학적 치료든 정부의 비용을 절감하는 제도다. 발찌 채우고 주사 놓는 것으로 정부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거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보다 ‘치료와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약물의존성 높여 범죄자의 충동조절 능력 감퇴

이호중 서강대 법대 교수
아동 성폭력범죄 대책으로 화학적 거세처분을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미 도입된 신상공개, 전자발찌, 치료감호처분과 더불어 초강경정책 일색이다. 아동 성폭력범죄의 심각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화학적 거세 처분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매우 큰 반면에 실효성은 거의 없는 제도이다.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해 본다.

첫째, 치료감호소에 6개월간 구금해 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구금해 놓은 상황에서 약물투입은 큰 의미가 없다. 화학적 거세처분에 심리치료를 병행한다고 하지만, 만약 이것이 재범방지에 효과가 있다면 심리치료의 덕택일 것이고 그렇다면 심리치료를 잘 시행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둘째, 아동 성폭력범죄자는 성적 충동을 억제하는 충동조절 능력을 높여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돼야 한다. 그런데 화학적 거세처분은 약물의존성을 높여 스스로의 충돌조절 능력을 오히려 감소시키게 된다.

처음에는 6개월의 단기로 시작하더라도 머지않아 영국처럼 성폭력범죄자의 출소 후에도 지속적인 약물투입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확대될 위험이 매우 크다. 셋째, 법안은 인권침해의 논란을 의식해 범죄자의 동의를 받아 시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동의는 형량을 낮춰주는 것과 교환협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것은 진정한 자발적 동의라고 보기 어렵다. 이 외에도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죄자의 범위가 모호해 남용의 여지가 있고 전자발찌 등 다른 제도와의 관계도 불분명하며 가석방 시에 보호관찰로 화학적 거세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성범죄 예방을 위한 다각적 방편 중 하나일 뿐 

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미국에서는 지난 세기 동안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을 억제하는 다양한 법률적·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 시행해 왔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성범죄자 치료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02년까지 5개 주에서는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법’을 통과시켰으며, 관련법을 실시하는 주는 그 이후에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미국 이외에도 필리핀,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이 같은 화학적 거세법을 검토하거나 실시하고 있다. 약물 치료, 즉 화학적 거세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에게 보호관찰이나 가석방, 조건부 석방의 조건으로 특정 약물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게 함으로써 성적 판타지와 성적 충동을 억제시켜 재범을 방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약물 치료가 성범죄자의 생물학적 충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재범 억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집행과정에서 법률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심각한 딜레마를 불러일으켰다.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치료동의 과정의 부적절성, 프라이버시 문제 등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되었고, 미국 일부 주에서는 개별 범죄자들을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적절한지 의학적 검토를 하지 않고 집행돼 성욕 억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이중삼중의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약물 치료는 유용한 도구 중 하나일 수 있다. 특히 성적 충동 통제능력에 문제가 있는 일부 성범죄자를 약물로 치료하는 화학적 거세는 효과적인 재범억제 방안이 될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치료·재활시스템 구축 우선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아동 성폭행범 대책으로 이제 약물 치료 요법까지 쓸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얼마 전 여야 국회의원들에 의해서 발의되었다. 아동 성폭행범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라는 법률 발의자의 설명이다.

국가가 형벌을 강화하고, 전자발찌를 채우고, 성욕 감퇴 호르몬제를 놓는다고 해서 사라질지 진지하게 되물어봐야 한다. 아무리 동의를 구한다고 해도 국가에 의한 심리적 강제가 될 것이다. 국가권력 작동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개인이 판단해 성욕 억제 호르몬을 투입하겠다고 할 때 그것을 국가가 지원하면 모를까 법률로 이를 강제하는 것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다른 나라가 이런 제도 도입에 신중한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일 것이다. 지금껏 미국의 몇 개 주와 몇몇 나라만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를 굳이 도입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방법이 실제로 아동 성폭행범의 재발에 효과적인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현재 아동 성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이나 검찰의 불철저한 인식과 그로 인한 불철저한 수사, 그리고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법 적용과 집행이 문제로 거듭 지적되었음을 환기해야 하지 않을까. 또 아동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보호와 지원책은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들을 치유하고 재활하는 시스템을 촘촘하게 짜야 하지만 여태껏 이런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이런 제도와 정책부터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정리=황온중 기자ojhw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