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불온서적’ 선정을 둘러싸고 7명의 군 법무관들이 집단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과 관련, 국방부가 군인 복무규율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정치권 논란으로까지 비화돼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군은 이상희 국방장관이 지난 7월 ‘불온서적’ 1차 논란 때 “장병 정신 전력에 이롭지 않다면 (불온서적 지정을) 계속할 것”이라며 지침까지 내린 상황에서 현역 법무장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몹시 당혹해하는 눈치다. 이 장관에 대한 ‘항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장관은 23일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합참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무관들의 행위가 군인 복무규율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육군참모총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장관 개인으로서는 군 기강 확립을 위해 주도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군 법무관들이 집단적 행동을 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정치권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방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이들의 행위는 지휘권 행사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그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 추궁을 해야 한다”고 엄정 대응을 촉구했다. 같은 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원정화 사건’을 거론하며 “한쪽에서는 간첩과 놀아나고 한쪽에서는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이나 하고,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군 전체의 기강을 해이하게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육군은 이 사건을 군인들의 집단행동과 항명, 위법성 여부 등 3가지 관점에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벌 가능 여부를 둘러싼 핵심은 현역 법무장교 7명의 ‘집단행동’이 문제가 되느냐다. 군 인사법과 군복무 규율상 군인들의 단체행동은 엄격히 금지된다. 하지만 최근 국방부 법무관리관 인사 때도 군 법무관들이 인터넷상에서 인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단체 반발한 사례가 있어 적용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항명’은 장관이 지침으로 불온서적 반입을 계속 금지하겠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이를 무시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자칫 법무병과 전체의 반발 또는 일반 병사들의 동요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군은 고심하고 있다. 군 법무관들의 ‘위법성 여부’는 상관에게 보고 없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것이지만 이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군 법무관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명분과 대응책 마련이 만만치 않은 부분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장관이 군인 복무규율 위배 카드를 꺼내 군 법무관들의 징계를 검토 중이지만 그럴 경우 장교들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면서“군 기강을 다잡는다는 측면에서 징계위에 회부해 경고를 주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한 법무장교는“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더 불온하다”면서 “군인이지만 법률가로서 헌법정신의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헌법소원 제기 배경을 밝혔다. 이들의 소송대리인인 최강욱 변호사도 “국방부의 정당한 권한 행사는 감수하겠지만 만약 징계나 처벌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면 곧바로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진 기자
"지휘권 도전 상상도 못할 일" 질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