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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일본 도쿄가쿠게이대 교수 |
일본 문화의 사실상 원조라는 지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한번 여실히 입증해 주는 국제학술회의가 최근 일본에서 열려 대성황을 이뤘다. 1592년 임진왜란과 1905년 일본 군국주의의 한반도 병탄 등과 같은 일본의 만행이 없었던들 한국과 일본은 품격 있는 고급문화를 주고받는 현대 문명국가로 함께 발전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번 학술회의에 참석한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 학자들은 분명 이런 명제에 뼈저리게 공감했으리라.
일본의 야마토(大和)·아스카(飛鳥) 조정은 백제와 오랜 세월 각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3세기 말까지 한반도 한강하류 지역에서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요충지로 발달한 백제는 4세기쯤 동아시아 정세를 포함한 국제관계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측과 교류를 활성화했다.
513년에는 오경박사 등을 파견해 유교문화를 조직적으로 제공하면서 야마토 조정의 제도 확립에 많은 도움을 줬다. 538년에는 불교문화를 전해 화려한 아스카문화를 일본열도에서 빛나도록 만들었다. 나당연합군의 침공에 백제가 멸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는 일본 조정이 2만여명의 백제부흥 지원군을 파견했지만 663년에 패배했고, 그 때문에 많은 망명귀족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는 백제의 새로운 산업기술과 다양한 문화를 일본에 심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는데, 당시의 나라 분지를 중심으로 발전한 아스카·하쿠호(白鳳)시대의 미술이나 공예, 음악, 무용, 건축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백제문화의 흔적은 지금도 일본 각지에 널려 있다. 오사카 히라카타 시에 있는 왕인 박사의 묘, 백제 왕의 후손을 모신 백제사 터, 백제왕 신사, 화려한 귀족문화를 꽃피운 헤이안(平安)시대를 이끈 간무(桓武)) 일왕의 어머니인 다카노노니이가사의 능(高野新笠大枝陵)을 우선 들 수 있다.
특히 많은 백제인이 거주했던 가와치 아스카(河內飛鳥), 당대 최고 권력자였던 소가(蘇我)씨 영지에 있었던 빈타쓰(敏達)를 비롯해 요메이(用命), 스이코(推古), 고토쿠(孝德) 일왕 능이나 백제의 불교문화를 그대로 수입해 승화시킨 쇼토쿠(聖德) 태자의 묘도 있다.
또한 우리에게 금당벽화로 유명한 나라현의 호류지(法隆寺) 경내에는 백제에서 유래된 일본의 국보와 중요문화재가 2300여점이나 보존돼 있다. 쇼토쿠 태자에 의해 607년에 건축돼 670년에 재건된 호류지는 중문, 탑, 금당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 각 지역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뿌리박혀 있는 백제문화의 흔적을 전부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선인들이 뿌려 놓은 국경을 초월한 백제문화의 유구한 역사는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아시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켜 지구촌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미래사회를 잇는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 전통과 역사를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한·일은 물론 아시아 공생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백제문화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 또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여유를 주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이수경 일본 도쿄가쿠게이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