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는 언제 헤어졌느냐고 묻자 넬은 “서태지컴퍼니하고는 음반 2장을 내기로 하고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약속을 이행한 후 바로 소속사를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회사를 떠날 때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았다. 계약이 만료된 우리를 서태지 선배님은 붙잡지 않았고 미련없이 홀가분하게 나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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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만에 5집 앨범으로 돌아온 모던록밴드 넬은 “음악방송과 공연 활동으로 팬들을 자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재경, 정재원, 김종완, 이정훈. |
“그동안 참고 있었던 게 앨범으로 표현된 거죠. 100곡쯤 만들어 20곡을 녹음하고 그중에서도 생뚱맞다 싶은 건 빼고 10곡을 앨범에 담았어요.”
기타 이재경은 “수많은 곡중 10곡을 골라 애착이 많이 간다”면서 “이번 앨범은 넬의 음악색깔이 있고 가장 어울리는 곡끼리 조화와 조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팀 리더로서 작사·작곡을 전담하고 있는 보컬 김종완은 “이번 앨범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연애 같은 얘기’”라면서 “녹음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곡이 추려졌다”고 거들었다.
그는 “우리가 33살에 넬이 남길 수 있는 음악이 바로 이런 거구나를 알았다”면서 “돌이켜보면 20살에는 하면 안 되는걸 꿈꿨고 지금은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을 꿈꾸는 것 같다”고 음악적 성숙함을 보였다.
인터뷰 내내 김종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앨범에 관한 얘기를 주도하는 모습에서 넬의 모든 음악은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소리에 그 한 음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넬입니다. ‘소리에 심혈을 기울이자’가 저희 밴드의 전부예요.”
김종완은 “앨범을 내기까지는 몇 달 잠을 안 자고 작업하는데 막상 발매하고 나면 더 잘할 수 있을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게 바로 밴드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면서 “앨범을 내놓는 순간 다음 걸 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앨범은 4개월간의 타이트한 작업 끝에 완성했다”면서 “일요일 오후 4시간만 멤버들 자유시간이 있었을 뿐 하루도 쉬지 않고 음반작업을 강행했다”고 음악적 완성도를 자랑했다.
“녹음할 때 옛날 음악장비를 많이 동원했어요. 1960년대 만들어진 진공관 앰프를 구해서 썼는데 소리가 완전히 바뀌어서 정말 보람있었죠.”
이재경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 것들이 좋다는 걸 알았다”면서 “아무리 기계가 발전해도 옛 음악을 재현해 내지 못하듯이 우리가 원했던 소리를 찾아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옛날 음악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옛것의 푸석푸석함과 좋은 부분들을 더 많이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사운드 면에서 빈 느낌이 없도록 꽉 채웠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소개했다.
넬 특유의 서정성을 상징하는 타이틀곡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음 높이에 큰 변화가 없는 잔잔한 사운드에 이별의 슬픔을 전달하는 보컬 색깔이 돋보인다. 첫 트랙곡 ‘디 엔딩’은 몽환적이면서 아날로그한 사운드와 엇박자 드럼 터치에 강렬한 신시사이저의 조화가 꽉 찬 느낌과 편안함을 던져 준다. 이 외에도 ‘인 데이스 곤 바이’ ‘루징 컨트롤’ ‘뷰티풀 스트레인저’ 등 앨범에는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김종완은 “타이틀곡은 8분의 7박자 노래로 불안정한 면이 있는데, 그건 얼마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제 고백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저희 노래를 많이 들어 달라보다는 내가 좋아서 음악하는 거고 즐기는 거다. 근데 (우리 음악을) 좋아해 주는 건 고맙고 축복받은 거”라며 음악적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