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육부가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기관이라면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교과서 편수 기능 강화 계획을 밝혔다.
이는 교과서 검정 업무를 외부 기관에 위임하고 책임은 교육부가 지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교과서 검정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국사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수학과 과학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나머지 교과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육부 장관의 위임을 받아 교과서 검정을 담당하고 있다.
서 장관은 “직제를 개편하고 필요하면 인력을 증원해 교육부 내에 편수 전담 조직을 두겠다”며 “한국사뿐 아니라 전체 교과서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체제 전환 논의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국정 전환에 대해 “장관이 일방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교육과정을 개정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정 전환 관련)공론화가 돼 정책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의원들은 전날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올해 한국사 교과서를 새로 선정하는 1794개교 중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경북 청송여고와 파주 한민고 2곳(0.11%)에 그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청송여고마저 철회키로 한데다 한민고도 개교 전까지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교학사는 참담한 성적표가 불가피해졌다. 1794개교 중 서울지역 25개교 등 47개교의 선정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데다 서울 디지텍고(옛 청지공고)가 교학사 교과서 복수채택 의사를 밝힌 게 변수이긴 하나 0%대를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애초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키로 했었던 경북 청송여고의 박지학(65) 교장은 이날 오전 학부모간담회를 마친 뒤 “논란이 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해달라는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존중해 교학사 교과서는 배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송여고는 오는 13일 학운위를 열어 새 한국사 교과서 선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비상교육 교과서를 선택한 서울 디지텍고는 학교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교학사 교과서를 복수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교 측은 교학사에 위안부 서술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수정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답변이 오면 학운위를 열어 복수 채택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 학교 곽일천 교장은 “최근 교학사 철회 운동을 보면서 ‘이건 문제다’란 생각이 들었다”며 “교학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 관련 내용 등 다른 출판사보다 나은 부분도 있는데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것 같아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강은·윤지로 기자 ke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