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2012년 7월6일 모란봉악단의 창단 첫 공연을 내보냈다.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단원들은 몸매·가슴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하얀 드레스, 짧은 미니스커트에 굽이 7㎝는 넘는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올랐다. 일렉트릭 기타와 바이올린, 키보드 등의 연주자 10여명은 적성국 미국의 영화 ‘록키’의 주제곡(Gonna Fly Now)을 연주했고 7명의 가수는 세계적인 팝송 ‘마이 웨이(My Way)’ 등을 불렀다.
이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창단을 지시하고 단원 선발에 관여하고, 이름까지 지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란봉악단 단원들은 북한군 소속이다. 북한의 예술가 양성 최고 교육기관인 금성학원과 평양음악무용대학 재학생 중에서 뛰어난 외모와 신장 165㎝ 이상, 체중 50㎏ 이하의 여성을 주로 선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악단에 들어가면 연애나 결혼이 금지되며 적발시엔 악단에서 쫓겨난다고 한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5월 1면 기사에서 “모란봉악단의 노래는 몇천만t의 식량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악단의 음악 포성의 메아리는 전체 군대와 인민을 무한히 흥분시키며 혁명열, 투쟁열을 북돋워 주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악단의 노래에 담겨진 당의 사상과 의도, 시대의 요구를 뼈에 새기고 어디서나 노래를 부르자”고 촉구했다. 김정은 우상화와 체제 안정을 위한 전위부대인 셈이다.
북한에서 모란봉악단의 인기는 한국의 걸그룹 이상이다. 단원들이 무대에서 선보인 드레스, 투피스 정장 등은 평양 엘리트 집안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되고 그들이 부른 노래는 순안공항과 주요 음식점, 평양 거리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모란봉악단은 북한 전승절 행사나 노동당 창건 기념식 등과 같은 국가적 행사는 물론 방북한 주요 외국 대표단들을 위한 축하연에도 빠짐없이 공연을 펼친다.
노동신문은 모란봉악단이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는 신곡으로 ‘가리라 백두산으로’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 ‘내 마음’ ‘인정의 세계’ 등을 들었다. 대부분 체제 옹호 관련 노래들이다. 창단 공연에서 ‘마이웨이’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주제곡을 연주했던 이들은 약 5개월 간의 공연 중단 이후 컴백 무대인 지난해 3월부터는 ‘자나깨나 원수님 생각’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 등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노래를 주로 불렀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