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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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100년 지났지만 '아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입력 : 2016-08-04 17:11:19
수정 : 2016-08-04 18: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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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발발 후 100년이 지났지만 사람, 동물이 살 수 없는 곳이 지금도 존재한다고 3일 일본 매체 기가진이 보도했다.

1916년 2월부터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접전을 벌인 프랑스 북부 ‘베르됭 지역’은 양측 군인 사망자만 30만명이 넘는 최악의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지금도 그 잔재가 남아 출입이 통제된 채 방치되어 있다.

당시 양측에는 공세 지향적인 지휘관들이 전선을 맡아 지금껏 겪은 피해보다 더 엄청나고 잔인한 희생을 부른 시발점이 되었다.

프랑스 지휘관 로베르 니벨은 제5사단에 두오몽 요새를 탈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의 희생을 아까워하지 않아 '도살자'라는 별명으로 불린 사단장 망갱이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않고 무조건 요새 앞으로 돌격하여 불과 이틀 만에 자신의 병사들을 모두 하늘로 날려 보냈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독일군도 얼마 전진하지 못하고 프랑스군의 포화에 쓰러져갔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죽음의 경쟁은 어느덧 일상으로 바뀌어갔다. 엄청난 총과 대포는 물론 화염방사기와 독가스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남김없이 동원되면서 대지는 피로 물들어갔다.

격전지는 전후 프랑스 정부에 의해 ‘Zone Rouge(Red Zone)’으로 구분되어 일반인의 출입이나 농지로 이용이 엄격히 제한됐다. 전시에 사용된 총탄과 포탄에서 나온 납, 유독 가스가 지금도 남아있고 불발탄이 회수되지 않아 폭발 위험이 매우 큰 상태다. 이에 전쟁에 희생된 병사의 유해 발굴조차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이 조치로 당시 존재했던 9개 마을이 모습을 감추게 됐고 ‘사회로부터 격리된 땅’이 됐다.
전쟁에서 잃어버린 문화유산과 정체성을 재건하는 영국 연구단체 'CRIC(Cultural Heritage and the Reconstruction of Identities after Conflict)‘는 파괴된 마을의 모습 등을 영상으로 제작·공개해 전쟁의 참혹함과 교훈을 전하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CRI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