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신장 지역에서 벌어지는 인권 문제 등과 관련해 동맹국들과 함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을 논의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올림픽은 스포츠를 매개로 국가 간 화합을 도모하는 것으로, 정치적 이해에 결부시키지 않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별개로 미·중 간의 갈등이 스포츠까지 번지는 상황이 한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스포츠로 번지는 미·중 갈등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까지 거론하고, 이를 동맹국들과도 논의하겠다고 한 것은 통상의 대응수위를 넘어선다는 평가다. 정치와 완전히 분리될 수 없지만, 최소한의 분리를 통해 평화를 도모하는 게 국제스포츠대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면 냉전시기 자유진영이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이후 처음 있는 사태로, 신냉전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 전직 외교관은 7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실제 올림픽 보이콧으로까지 간다면 미·중 간 갈등에서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일 수 있으나 실행까지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동맹국들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미국 행정부 역시 발언이 나온 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 발언을 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공동 보이콧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기보다는 조율하는 접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올림픽위원회 역시 보이콧은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미국에서 스포츠대회 보이콧까지 거론할 정도로 중국의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국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부는 냉전 중이었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2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진행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 뒤 중국은 “한국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없는 내용이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상대로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개최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압박하고 있다.
◆남은 남북대화 희망에도 악재
북한이 불참 결정을 발표한 도쿄올림픽뿐만 아니라 내년 베이징 올림픽도 정부의 남북, 북·미 대화 재개 구상의 무대 중 하나다. 북한이 일본보다는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더 호의적일 것이라는 것도 기대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실제 보이콧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중국의 인권 문제 때문에 개최 여부부터 도마에 오르는 것 자체가 정부 구상에는 장애물이다. 일각에선 이번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이유가 코로나19 확산 우려인 만큼 10개월 정도 남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도 전 세계적인 집단면역은 기대하기 어렵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쿄올림픽에 이어 정부로선 마지막 남은 기회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