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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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마담뚜'가 뭐길래?...2030세대 "인위적인 만남" 성행

서울시내 한 대학교에 올라온 '마담팅' 관련 글(왼쪽)과 캠퍼스픽 내 소개팅 게시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 “코로나로 사람들을 못 만나다 보니 외로움만 커지네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분의 외로움을 해결해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앞서 자신을 해당 대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참가자 여러분들 모두 좋은 연인·친구를 만들어가셨으면 좋겠다”면서 “댓글로 신청해주시면 쪽지로 연락드리겠다”고 전했다.  

 

한편 2030세대에서는 선 비대면 후 대면,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가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소개팅 앱을 넘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마담뚜 소개팅(마담팅)’도 등장했다. 마담팅은 과거 남녀를 중매하던 ‘마담뚜’를 자처한 이용자가 사람들에게 쪽지 등으로 ‘셀소(셀프소개)’를 받아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어울릴 만한 이들을 엮어 주는 비대면 소개팅이다. 

 

셀소에는 주로 자신의 나이, 성별, 거주지역, 근무지, 이상형과 선호 조건 등이 포함되며 남녀가 정보를 교환한 뒤 호감을 표시하면, 마담뚜는 오픈채팅방을 만들거나 줌으로 ‘줌개팅’ 자리를 마련한다. 마담팅은 주선자와 참가자가 서로 일면식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대학생 커뮤니티 ‘캠퍼스픽’의 미팅·소개팅 게시판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부터 캠퍼스픽에서 소개팅을 주선해 왔다는 A씨는 “코로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걸 보고 도와주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수요가 많아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마담팅이 성행이다. 지인 소개팅을 여러 차례 주선해 오다 ‘마담팅’까지 하게 됐다는 한 이용자는 “셀소를 접수한다는 글을 올리면 쪽지가 하루 100통은 온다”며 “주말에는 더 많다. 마담팅이 아니더라도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셀프 소개글만 봐도 하루에 100개는 넘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온라인 마담뚜들이 별도의 이익을 얻는 건 아니다.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소개팅 앱과 달리 수익이 없더라도 커플을 매칭했을 때 얻는 만족감만으로 주선자 역할을 자처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청년들의 비대면 만남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며 “코로나 시국에서 어려운 환경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익숙하지 않은 만남의 방법이라고 해서 낙인 찍을 필요가 없고, 최근 수요가 늘면서 이제는 데이팅앱도 신상정보를 철저히 검증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대면 만남 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온라인 만남의 특성상 자칫 인간관계를 가볍게 여길 수 있어서다. 블라인드에 셀소를 올렸던 직장인 C씨는 “이성을 실제로 만났는데 온라인으로 대화할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며 “여러 명을 만나봤지만, 대다수는 하룻밤 상대를 찾는 사람이 많아서 더는 이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데이팅 앱이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본인을 소개하게 되면 선택받기 위해 자신을 과도하게 포장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며 “성격 좋은 척, 돈 많은 척 등 좋은 면만 보여주고 싶지 단점을 보여주면서 마이너스가 될 만한 정보를 올리지는 않는다. 온라인상에서 본인의 캐릭터를 연출하다 보면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이어갈 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