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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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만에 또 만난 한·중 외교수장… 왕이 “한국과 관계 나빠선 안 돼”

“중·한 관계는 좋게 발전해야지 나빠서는 안 됩니다. 중국은 한국과 수교 초심을 견지하며 서로 좋은 이웃 동반자가 돼야 합니다.”(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한·중 관계가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복합적 도발과 러·북 밀착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가 어느 때보다 긴요합니다.”(조태열 외교부 장관)

 

최근 잇따라 고위급 접촉을 해 온 한국과 중국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외교 수장 간 만남을 갖고, 양국 간 긍정적인 소통 분위기를 이어갔다. 조태열 장관은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로 26일 오전 성사된 왕이 외교부장과의 양자 회담에서 한·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로 열리는 양자회담 일정 가운데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비교적 전반부에 배치됐고, 예정했던 회담 시간인 30분을 10분 초과해 40분간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양국이 서로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양자회담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표면적으로 좋은 말이 오가는 것 이상으로 중국이 북·러 밀착이나 탈북민 문제 등에 행동이나 입장 변화가 이어지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은 변함 없다. 이번 회담에서도 중국측은 이런 내용 관련해서는 입장 표명 등에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감지된다.

 

조 장관은 지난 5월 방중 이후 두 달만에 만난 왕 부장에 반가움을 표한 뒤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최근 북한의 복합적인 도발과 러·북 밀착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회담에서 이에 대한 건설적 대화를 기대한다고 조 장관은 밝혔다.

 

왕 부장은 “한·중이 고위급 교류를 통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지리적으로 중·한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으로, 현 상황으로 볼 때 각 분야의 교류가 밀접하다”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중이 이익을 융합적으로 공유한다는 점도 언급하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나 러시아, 한반도 안보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후 열린 본 회담에서 조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측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고, 왕 부장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으며 중측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탈북민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도 요청했다.

 

외교부는 지난 두 달여 동안 한·중 외교장관회담(5월13일 베이징), 한·일·중 3국 정상회의(5월27일) 및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 리창 총리의 회담(5월26일), 외교안보대화(6월18일), 외교차관 전략대화(7월24일) 등 양국 간 활발한 고위급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틀 상간으로 중국 외교부의 넘버 1, 2와 지속해서 소통이 이뤄진 모습 자체가 최근 양국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공감대 하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이 북·러 밀착 관련해 중국에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는 ‘건실한 역할’ 관련, 중국측의 반응이 여전히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며 “한·중간 지속적으로 전략 소통을 이어나가자고 한 부분이 있고, 중국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한 달 전 북·러 조약 체결 이후 이날까지 세 번의 고위급 교류가 있었던 것 자체가 긍정적인 방향성이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 고위급 교류시 합의를 토대로 양국 간 호혜적 실질 협력과 양 국민 간 우호정서 증진을 위한 구체 사업을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다음 달 예정된 한국 청년들의 방중(8.19.-24.)으로 양국 청년교류 사업이 2019년 이후 약 5년 만에 재개되는 점을 환영하고, 이를 통해 젊은 세대 간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성공적 교류가 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그간 코로나19로 개최되지 못했던 외교부 주도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들도 하나씩 재개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비엔티안=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