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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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 대책 내놨지만… 양곡법은 어쩌나

정부가 쌀 과잉 생산과 이에 따른 산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내년 벼 재배면적을 8만㏊(헥타르·1㏊는 1만㎡) 줄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쌀 공급 자체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한 쌀가게의 모습. 뉴스1

정부의 쌀 감축 계획과 별도로 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양곡법) 등은 논란이 예고된다. 정부는 양곡법 등을 “농업을 망치는, 농망법” 등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해온 상태다. 특히 대통령이 재의요구(거부권)를 행사해 법 시행을 막아왔다. 계엄 사태 이후 정치 구조가 바뀌면서 거부권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쌀 구조개혁 대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2025∼2029)‘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벼 재배면적 조정제가 도입된다. 시도별로 감축 면적을 배정하고, 농가에서 농지에 다른 작물을 심는 방식으로 벼 재배 면적을 줄인다는 게 핵심이다. 

 

농식품부는 벼 재배 면적을 감축한 농가에는 공공비축미 매입 등에서 인센티브(혜택)를 주고, 조정제에 참여하지 않은 농가는 공공비축미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을 올해 1865억원에서 내년 2440억원으로 확대했다. 하계 조사료와 밀은 내년 지급단가를 각각 ㏊당 70만원, 50만원씩 인상한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내년 벼 재배면적을 8만㏊ 줄이기로 했다. 목표한 감축 면적은 올해 벼 재배면적(69만8천㏊)의 11%에 해당하고, 여의도(290㏊)의 276배와 맞먹는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이 같은 대책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법 시행을 염두에 두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정부가 반대해온 양곡법의 경우 쌀 재배 면적 감축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고 양곡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농가 입장에서는 매년 소득이 보장되는 쌀 농사를 그만둘 이유가 없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방의 한 공공비축벼 보관창고에서 관계자들이 온도 습도 등 벼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등 네 개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네 개 쟁점 법안은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됐다. 거부권 행사는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17일 국무회의에서 네 개 쟁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안건을 올려 심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에도, 권한대행 역시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태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양곡법의 경우 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게 정부 입장이지만, 계엄사태 이후 상황을 뭐라고 단정짓기 어렵게 됐다”며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