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양국이 한국의 계엄 사태로 연기됐던 양국 간 주요 외교·안보 일정을 완전히 재개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정치 상황을 오판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연합 방위 태세를 더욱 굳건히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방미 중인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하고 외교·안보 일정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김 차관과 캠벨 부장관은 회담에서 양국 간 향후 고위급 교류 일정을 협의했으며 주요 일정을 가능한 한 신속하고 상호 편리한 시점에 개최키로 했다. 미 국무부도 회담 뒤 성명을 통해 “캠벨 부장관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철통같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미국은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양국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모든 범위에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및 도상연습,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등을 연기한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비상계엄에 대해 ‘중대 우려’를 표하고, 캠벨 부장관은 “심한 오판”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사실 등을 고려하면 이번 협의는 리스크 대처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캠벨 부장관은 이날 회담 전 공개 발언 시 계엄 사태 속에서 연기된 NCG가 바이든 행정부 내에 개최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한·미 관계에서 핵심적 메커니즘은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우리는 (NCG) 회의 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미 의회조사국(CRS)은 한국의 계엄·탄핵 사태로 한·미·일 3자 협력 등 윤 대통령이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조사국은 이날 보고서에서 “윤석열은 2022년 취임 후 한국이 북한, 중국, 일본,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과 더 긴밀히 공조하도록 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두 자릿수로 앞서는 더불어민주당은 완전히 다른 정책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의회는 윤석열이 한국에 있는 미군 지휘관들에게 통보하지 않고 한국군을 계엄령 시행에 투입한 게 동맹의 공조 상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느냐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주한미군 규모, 반도체와 기타 기술 분야 정책, 한·미 방위비 협정의 개정 또는 폐기 등 한·미 관계에 영향을 줄 정책을 추진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이 자국 입장을 옹호하는 데 불리할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