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10일(현지시간) 다수 국가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혀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유예로 소강상태로 접어든 관세 전쟁이 다시 전 세계로 확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전 취재진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상호 관세를 다음주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연방의회 공화당 의원들과 회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는 보도가 앞서 나온 바 있다.
우후=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 관세 관련 언급을 하면서 어떤 나라와 품목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모두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해 예외가 많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 파트너들과 무역 전쟁에서 중대한 확전 조치”로 상호 관세를 발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취임 후 첫 관세 부과 대상으로 이웃나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려다 이를 유예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전 세계로 관세 전쟁을 확대하는 신호탄이 상호 관세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의 의미에 대해 “한 나라가 우리에게 얼마를 지불하거나 얼마를 부과하거나, 우리가 똑같이 하는 방식”이라며 “매우 상호주의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상호주의적 관세가 일괄적인(flat) 관세보다 낫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중국 등이 미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도 그 나라에 동일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의 공산품 수입에 평균 3%대의 관세를 부과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언급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식의 상호 관세는 무역 상대국 간 동일 세율 관세 부과를 넘어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거나 특정 품목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관세 부과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알다시피 우리가 자동차를 공급하지 않는데, 다른 국가들이 그러는 경우들이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동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과의 무역 적자가 ‘제로(0)’로 줄어들지 않으면 일본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이 기준대로라면 여러 분야에서 관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서 품목 수 기준으로 99.8%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는 상호 관세를 부과할 관세율 차이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자동차 등 여러 핵심 품목에서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이 같은 기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무역 파트너 중 무역 적자 규모 8위 국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목적 외에 마약 밀수, 불법 이민 등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무기로까지 관세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FTA가 상호 관세의 완벽한 방패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를 문제 삼아 미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상호 관세를 적용하려 할 경우 대미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 8위 국가이기는 하지만, 앞선 나라들이 있는 만큼 이들 국가에 대한 조치가 먼저 전격적으로 진행된 뒤 한국에 대한 조치도 따를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조치, 다른 국가들의 대응을 보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에너지 수입 증가 등 미국에 대한 무역 적자 해소 방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