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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 ‘노사 문제’로만 보지 말았으면…내수 침체·저출생 해법 돼야”

입력 : 2025-06-22 09:12:25
수정 : 2025-06-23 13: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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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만 혼자 놀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쉬기 위해서 주 4.5일제가 필요합니다.”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노조 제공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1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이 금요일에 일찍 문을 닫는 주 4.5일제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은행 근로자들이 주 4.5일제를 주장하는 것을 두고 ‘큰돈을 받으면서 일을 덜 하려고 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랬다면 오히려 금요일에 은행을 정상 영업하면서 교대근무를 하자고 주장했을 것”이라며 “은행이 문을 닫아서 재무, 회계 등 다른 산업도 일찍 일을 마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사회 전체가 주 4.5일제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4.5일제는 지난 21대 대통령선거 때 거대 양당이 공약으로 추진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16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주 4.5일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최근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시범사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올해 금융노조는 1일 8시간·주 36시간 근무하는 주 4.5일제를 목표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가진 저출생, 지방 소멸, 내수 경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 4.5일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라면서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사회로 가야 사람들이 아이들과 주말을 더 길게 보내고, 지방에 여행도 가고, 출퇴근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면서 집을 고르는 지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20년대 미국에서 포드 자동차가 주 5일제를 도입한 것도 “여가가 있어야 자동차를 사서 타기 때문”이라면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대체 휴일 하루당 소비자 지출 유발 효과가 2조40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주 4.5일제가 국내 내수시장을 진작할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4년 격주 4일제를 도입한 포스코는 2022년부터 2024년 1분기까지 기혼 직원의 평균 자녀 수가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제공 

주 4.5일제를 논의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임금 삭감 여부다. 2023년 의료계 최초로 주 4일제를 실시한 연세의료원 등은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서 추가 채용 필요성 등을 고려해 간호사 임금을 약 10% 삭감했다고 밝힌 적 있다. 

 

김 위원장은 “가능하면 임금 삭감 없이 주 4.5일제로 가는 것이 우리 사회가 원하는 여러 경제적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주 4.5일제로 생산성이 영향을 받는다면 임금 동결·삭감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는 금융산업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주 5시간씩 영업시간을 단축한 2019∼2022년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13조9000억원에서 18조5000억원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노동력이 생산성과 바로 일치되지 않는 자본시장의 특성이기도 하다”면서 “또 그렇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제일 먼저 (주 4.5일제를)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주 4.5일제 도입으로 신규 고용 창출 효과를 내세우는 데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임금피크제도 신규 채용을 유발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인건비만 줄였을 뿐”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눔은 구체적인 계획 없이는 실제 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확보된 여가 시간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기존에 없던 산업과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시내 한 상가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 뉴시스 

주 4.5일제가 은행권에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제 20대 대선을 앞두고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후보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주 4일제·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기업·신한은행 등에서 노조를 중심으로 주 4.5일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엔 선거 결과를 따라 주 4.5일제 논의도 엎어졌다”면서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해볼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주 4.5일제가 너무 금융 노사 관계의 문제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주 4.5일제가 됐을 때 생겨날 우리 사회의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