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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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로 붙인 편지 [詩의 뜨락]

입력 : 2025-06-28 06:00:00
수정 : 2025-06-26 18: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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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아침이면 눈곱이

풀칠을 한다

 

눈이 따악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물수건으로 적셔주지 않으면 

살갗이 마른 벽지처럼 찢어질 것 같다

 

내가 말라붙은 밥풀떼기지 뭐,

침상에 종일 붙어 있던 노인

 

사지를 움직일 수 없으니

눈물이 움직인다

 

말라붙은 풀을

다시 쑤고 있다

 

-시집 ‘눈물이 움직인다’(창비) 수록

 

●손택수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불은빛이 여전합니까’, ‘어떤 슬픔들은 함께할 수 없다’ 등 발표. 신동엽문학상, 노작문학상, 조태일문학상, 오장환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