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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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바스 난제’에 해 넘기는 종전… 美·러·우크라 해법 ‘동상이몽’

입력 : 2025-12-29 19:30:00
수정 : 2025-12-29 22: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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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國 정상, 평화협상 돌파구 모색

푸틴, 美 제안한 실무그룹 구성에 동의
1월 안보·경제 협의체 가동조건 논의

젤렌스키, 트럼프 만나 안보·재건 의논
“美의 15년 안전보장, 50년으로” 요구
‘최대 쟁점’ 영토 문제엔 온도차 여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도 끝나지 않고 내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종전을 향한 외교적 움직임은 오히려 분주해지면서 내년 초 협상이 타결될지 주목된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레믈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취재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실무그룹을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 제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협의체 가운데 하나는 안보 분야, 다른 하나는 경제 분야와 관련한 사안을 다루게 될 것”이라며 “협의체의 가동 기준과 조건은 내년 1월 초 추가 논의를 거쳐 정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 잡았지만… 온도차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95%가량 진척됐다고 했지만, 최종 타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팜비치=AP연합뉴스

유럽은 내년 우크라이나 지원 논의를 본격화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내년 1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의지의 연합’ 국가들과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정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약 3시간 동안 회동한 뒤 엑스에 “우크라이나와 유럽 정상들을 내년 1월 워싱턴으로 초청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고 적었다.

 

러·우 전쟁을 둘러싼 이 같은 움직임은 즉각적인 종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협의체 구성 동의는 협상 국면을 장기화해 시간을 벌고, 동시에 침공의 책임에서 벗어나 안보·경제 문제로 초점을 전환해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유럽도 러시아에 유리하게 종전 협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0월 미국 주도로 종전 협상안을 마련한 뒤 처음으로 28일 얼굴을 마주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전보다 합의에 훨씬 가까워졌다”고 자평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과 재건 문제 등의 논의에서 큰 진전을 봤다. 다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15년 동안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대 50년의 안전보장을 원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강력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확인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외국군이 주둔해야만 진정한 안전이 보장될 것이다. 그런 이웃(러시아)이 있는 한 재침공의 위험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대 난제로 꼽혔던 문제들에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토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아직 해결되진 않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많이 가까워졌다”고 답했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두고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공동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그것을 가동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일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매우 협조적”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종전 조건을 둘러싼 입장차만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미국 외교관 대니얼 프리드는 뉴욕타임스(NYT)에 “안전보장과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합의 진전은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영토 문제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다면 이러한 진전은 모두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